한국일보

작은 친절

2019-10-03 (목) 12:00:00 Danusha Lame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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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친절

미셸 오 ‘마음의 손길’

생각해 봤어, 당신이 복잡한 통로를 걸어갈 때

사람들이 발을 끌어당겨 당신을 지나가게 하는 일, 혹은


낯선 사람들이 흑사병의 잔해 같은 재채기라도 하면

‘신의 축복을!’이라고 말해주는 것,

마치 ‘죽지말아요’ 하듯 말해주듯이

누군가 장바구니에서 레몬을 떨어뜨리면

다른 누구인가가 주워 주는 것

사람들은 대부분 서로를 해치기를 원치 않아.

우리는 누군가에게 따스한 커피를 건네받기를 원하고


그 사람에게 ‘감사해’ 하고 말하길 원해

당신이 웃어주면 그들도 웃음으로 답하지

웨이추레스는 당신을 ‘하니’라고 부르며

조개수프를 앞에 놓아주고

빨간 트럭을 탄 운전사는 당신이 길을 건너도록 기다려주지

우리들은 이제 서로를 많이 나눌 수는 없어

부족사회, 그 불에서 너무나 멀어진 우리,

다만 아주 짧은 순간들을 나눌 수 있을 뿐이지

만일 그들이 진정한 신성의 거주지라면,

여기 내 자리에 앉으세요, 먼저 가세요, 당신의 모자가 멋지군요, 하고 말할 때.

쏜살같이 달리는, 순간적 성전을 우리는 만드는 것이지

Danusha Lameris ‘작은 친절 ‘전문 임혜신 옮김

‘꽃을 그리는 것이 젤 위험하죠‘라고 말하던 오일 페인팅 교수의 말을 떠올린다. 그것은 착하고 순한 것은 예술이 되기 힘들다는 말이었다. 착하고 순한 것은 예술인가 아닌가에 대해 따지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착한 시가 불안에 흔들리는 우리들의 영혼을 따스하게 한다는 것이다.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인간이며 그것은 신성이라고 이 시는 언지한다.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 때 일종의 성전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 성전은 어떤 확실한 영원으로 굳어진 장소가 아니라 쏜살같이 달리는, 생겨나면서 사라지는 아주 역동적인 성전이다. 사람의 온기를 나누는 따스한 마음도 소중하지만 작은 친절들이 만들어내는 순간적 성전에 대한 시인의 인식은 더없이 건강하고 신선하지 않은가.

<Danusha Lameri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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