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 김 어드미션 매스터즈 대표
지난 3월 터진 입시 스캔들 여파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마치 양파껍질을 벗겨내 듯 크고 작은 새로운 이야기들이 끝을 보이지 않고 나오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돈을 주고 대학 관계자를 매수해 자녀를 체육 특기생으로 합격시키는 ‘고전적’ 이야기로만 알았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일부 대학의 치부가 하나씩 드러나면서 실망감을 넘어 이젠 피로도만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얼마 전에는 남가주의 명문사립 USC가 지원자의 재정상황을 바탕으로 기부금을 가늠해 입학사정에 반영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대다수 평범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고 있다.
사실 대학진학을 준비하는 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 가장 궁금한 점은 대학 입학사정이 어떻게 진행되느냐는 것이었다. 수많은 지원자들이 몰리는 명문대들이 과연 그 많은 지원서를 제대로 들여다보기는 하는 건 지 조차 궁금한 내용이었다.
그나마 미국생활을 오래 한 가정은 미국입시제도에서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는 사립대의 레거시 제도란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는 하고 있었고, 이 제도를 통해 대학이 필요로 하는 재정적인 지원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필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뉴스는 여러 면에서 충돌되는 것들이 많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돈을 주고 자녀를 입학시켰다고 적발된 부모의 변론을 맡은 변호사들이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USC는 ‘특별관심 지원자’ 리스트를 만들어 별도로 관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즉 대학에 거액을 기부했거나 약정한 지원자 부모, 적지 않은 기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들의 명단을 구분해 활용했다는 것이다.
가장 공정해야 할 대학이 이처럼 돈에 얽매였던 모습, 그리고 그런 점을 악용한 입시 브로커를 보면서 과연 대학의 신뢰가 어디까지 추락할 것인지 답답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새로운 사실도 놀라운 일이지만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의 흐름 역시 쉽게 넘어가기 어려운 일이 아닌가 싶다. 고객의 요청으로 변론을 맡은 변호사들은 당연히 고객을 위해 무엇인가 유리한 점들을 이끌어 내 법의 굴레에 맞춰가는 마련일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대학의 내부 자료를 찾아내 발표하면서 고객의 행위를 합리화 시켜가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즉 자신들은 입시비리와는 무관하며 대학의 입시관행에 맞춰 일반적인 수준의 기부를 했을 뿐이라며 오히려 자신들이 피해자임을 부각시키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학이 기부금을 기대해서 입학결정을 내렸다는 주장이다. 검찰의 발표와는 너무나 상반된 주장인 셈이다.
그럴거면 차라리 스캔들의 중심인 입시 브로커 윌리엄 싱어를 통하지 않고 대학과 직접 지원하기 전 만나 당당하게 거액 기부의사를 밝히는 게 오히려 그나마 나은 방법은 아니었을까?
기부와 뇌물의 선을 교묘히 오가는 법적 공방을 바라보면 볼수록 사건의 본질이 흐려지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내년 가을학기 신입생을 선발하기 위한 입시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다 진전된 입시제도에 관한 뉴스, 수험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입시정보 대신 부정입학 뉴스가 앞으로도 교육관련 기사를 차지할 것이란 생각을 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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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 김 어드미션 매스터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