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너에게 묻는다 나에게 묻는다
2019-09-19 (목) 12:00:00
허진옥 / 샌프란시스코
안도현의 시 중에 ‘너에게 묻는다’ 라는 시가 있다. 그 중에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는 문장은 몇십년 전 자취방에서 연탄불 갈던 시절을 떠올리며 잠시 추억에 젖게 한다.
활활 타올라 방의 온도를 꾸준히 지켜주고, 음식을 익혀먹을 수 있도록 온몸을 불사른 후에도 골목에 뿌려져 마지막까지 쓰임을 다하는 연탄재. 쓸모없다는 생각으로 하찮게 여겼던 연탄재가 묻는다. 과연 나는 뜨거운 열정을 다해 불태우며 쓰임이 필요한 존재가 되어본 적이 있었는가?
연탄을 태우다보면 반쯤 타다 꺼지는 경우도 간혹 생긴다. 아까운 마음에 다시 그 연탄에 불을 붙이는데 열을 다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 인생도 그러하지 않을까? 과거에 잘 나갔던 사람, 끝까지 잘 나가는 사람, 과거에는 잘 나갔는데 지금은 힘든 사람, 과거는 힘들었는데 지금은 잘 나가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의 각기 다른 모양으로 살아간다.
연탄을 보며 다시 용기를 얻는다. 지금 내가 타다만 연탄이라도 불씨를 찾아 다시 끝까지 태울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다.
기다리지 않아도 내일은 오고, 내년은 온다. 오늘도 나는 나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끝까지 아낌없이 탈 연탄인가? 중간에 꺼질 것 같은 불안한 연탄인가? 나중에 내 인생을 돌아봤을 때 “나 정말 열심히 살았다, 그야말로 하얗게 불태웠어!” 라는 말을 할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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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옥 / 샌프란시스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