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타운 돌아온 축제 관심 가져야

2019-09-13 (금) 문태기 OC지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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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 전인 1981년 9월 가든그로브 한인타운에서 시작된 오렌지카운티 한인축제는 커뮤니티의 큰 관심거리였다. 코리아타운을 미 주류사회에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출발한 이 축제는 가든그로브 블러버드에서 퍼레이드를 중심으로 펼쳐지면서 전체 한인 커뮤니티가 나서서 매달린 분위기였다.

남가주에서 LA 이어 두번째, 미주 전역에서는 뉴욕 다음으로 세번째로 열린 이 축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발전하면서 한국에까지 알려졌다. 서태지를 비롯한 한국의 유명 연예인들이 무대에서 공연하고 KBS에서 프로그램 촬영을 할 정도였다.

그 당시 한인축제가 열리는 기간에 한인들은 행사장 주위에 주차공간을 찾을 수 없어서 애를 먹기도 했다. 주말 장터는 야외 축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음식을 먹는 재미와 물품을 사기 위해 온 한인들로 북적거렸다.


축제 시작 후 20여 년 동안은 LA 한인축제보다 훨씬 낫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매년 성공적이었다. 미 주류사회에 가든그로브 한인타운을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 퍼레이드에는 한국의 유명인들과 미국 정치인들이 그랜드 마샬로 참가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 축제는 가든그로브 한인타운에 밀집되어 있던 한인 커뮤니티가 풀러튼, 부에나팍, 어바인 등으로 분산되면서 점점 힘을 잃어갔다. 타운으로 한인 인구의 유입은 줄고 외곽지역으로 떠나는 한인들이 늘어나면서 타운에 대한 한인들의 결집력도 약해졌다.

더욱이 한인 타운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일부 한인들은 장사에 도움도 되지 않는 한인축제를 타운에서 굳이 할 필요 없다는 의견마저 내놓았다. 급기야는 몇몇 한인 업주는 가든그로브 시 담당자를 찾아가 축제 개최에 대해 불평을 하기에 이르렀다.

한인축제 재단 측으로 보아서는 시로부터 허가를 받으려면 샤핑몰 테넌트 전체의 동의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이같은 일부 업주들의 불평은 ‘축제를 못 할 수도 있다’라는 말과 같아서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축제재단 측은 지난 2013년 이름을 ‘아리랑 축제’로 변경하고 타운을 떠나 OC에서 가장 한인들이 많이 밀집된 부에나팍과 풀러튼 상권의 중심인 멜번과 비치 길 사이로 축제 장소를 옮겼다. 이곳은 번화가여서 축제 자체적으로는 상당히 성공을 거두었고 참관객 동원에도 성공적이었지만 길을 막고 코리안 퍼레이드를 할 수 없었다.

또 심한 교통 혼잡으로 인한 주민들의 불평과 영업에 지장이 있다는 업주들의 불만으로 인해서 2차례 축제를 개최한 후 부에나팍 시청으로 옮겼다. 이 시청은 주위에 한인 업소들이 많지 않고 행사장 자체가 앞뒤로 분리되어 있어서 부스가 응집될 수 없다는 단점으로 인해서 좋은 축제장은 아니라는 평을 받았다. 더욱이 주위에 스트릿 파킹랏이 많지 않아 ‘더 소스’ 샤핑몰에 주차해놓고 걸어와야 하는 점으로 인해서 한인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에 재단 측은 한인업소들이 밀집되어 있고 파킹랏도 구비되어 있는 ‘더 소스’ 몰 파킹랏 1층에서 지난 2년 동안 개최했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서 여의치 않아 올해 가든그로브로 한인타운으로 돌아온 것이다.


6년 만에 축제가 한인타운으로 돌아왔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타운 샤핑몰 업주들의 반대는 예전에 비해서 적었지만, 테넌트 100% 동의를 받는 일이 쉽지 않았다. 재단의 한 관계자는 매년 이렇게 동의를 받아야하니 정말로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업주는 흔쾌히 서명했지만 극소수의 업소들은 몇 번을 찾아가서 겨우 사인을 받았다고 한다.

올해 한인타운에서 열리는 아리랑 축제가 성공을 거둘지 아니면 평년 수준을 유지할지 아직 알 수가 없다. 분명한 사실은 한인축제를 시작할 초창기 때보다 축제에 대한 한인들의 관심이 적어졌다는 점이다.

타운으로 축제가 돌아온 만큼 대부분의 한인은 예전의 모습을 되찾기를 원할 것이다.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축제에 관심을 두고 참여해야 한다. 한인 축제가 태동한 이곳에 앞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에는 또 다른 장소를 물색해야 할지 모른다.

<문태기 OC지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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