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돈만 버는 회사 되지 않길” 신화 쓰고 내려온 마윈

2019-09-11 (수) 베이징=최수문특파원
작게 크게

▶ 쉰다섯번째 생일에 퇴임식

▶ 시대 변화 통찰력·용병술로 알리바바 중 최대 IT업체로, 교육사업·자선활동 인생 2막

“돈만 버는 회사 되지 않길” 신화 쓰고 내려온 마윈
“오늘은 마윈이 은퇴하는 날이 아니라 제도화된 승계가 시작되는 날로, 이는 한 사람의 선택이 아니라 제도의 성공입니다. 오늘날의 우리가 있게 해준 알리바바와 여러분의 노력에 감사합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이사회 주석(회장)인 마윈(사진)은 10일 저녁 회사 창립 20주년 행사에서 퇴임을 선언했다. 그의 쉰다섯 번째 생일이기도 한 이날 마윈은 자신이 창업한 알리바바의 회장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났다. 항저우 올림픽 스타디움을 통째로 빌려 개최한 이날 행사는 알리바바 임직원 수만명이 참석한 가운데 불꽃놀이와 유명 연예인들의 축하공연까지 곁들여져 마치 올림픽 개막식 행사나 아이돌 가수의 대형 콘서트를 방불케 했다.

마윈은 “(10년 전 은퇴를 생각하고 그 이후) 10년간 기다린 이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면서 “알리바바는 미래에 대해 두려워한 적이 없다. 알리바바가 돈만 버는 회사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미래에 더 좋은 변화를 줄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과 ‘꿈을 좇는 붉은 마음(追夢赤子心)’이라는 노래를 부르다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회장 자리는 일찌감치 후계자로 정해진 장융 현 최고경영자(CEO)가 이어받았다.


20년 전 저장성 항저우의 한 아파트에서 동료 17명과 함께 자본금 50만위안(약 8,300만원)으로 창업한 알리바바는 현재 연간 561억5,000만달러(약 68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중국 최대 정보기술(IT) 업체가 됐다. 사업은 원래의 전자상거래를 중심으로 인터넷금융·물류·인공지능(AI)·콘텐츠 등 다양한 첨단 분야로 확장됐다. 전체 직원은 10만여명이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4,600억달러(약 549조원)에 달한다.

눈부신 성장을 가능하게 한 것은 시대의 변화를 읽어낸 마윈의 통찰력과 인재들을 활용할 줄 아는 그의 용병술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똑똑한 사람들은 그들을 이끌어줄 바보를 필요로 한다. 과학자들로만 이뤄진 무리가 있다면 농민이 길을 이끄는 게 최선”이라는 마윈의 말은 알리바바를 이끌어온 그의 리더십을 잘 보여준다.

알리바바 회장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마윈이 완전히 회사 사업에서 손을 떼는 것은 아니다. 그는 6%의 지분을 소유한 주요 주주로서 내년까지 알리바바 이사회에 계속 참석하고 발언권도 가진다. 마윈도 알리바바 회장직 퇴임은 맡은 일을 바꾸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