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망명신청자 푸대접

2019-09-11 (수) 김성환 이민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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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명신청자 푸대접

김성환 이민법 변호사

지난 6월말 텍사스주 브라운스빌스 접경 멕시코 국경도시 마타모로스에서 망명 신청순서를 기다리던 25살된 엘살바도르 남자와 두 살이 채 안 된 딸이 리오 그란데 강을 건너 미국으로 입국하려다 익사했다. 이 남자는 미성년자가 있는 가족이 미국 국경에서 망명신청을 하면, 미국내에서 노동허가를 받아 일을 하면서 망명 심사를 기다릴 수 있을 것이라는 소문을 믿고, 이 국경도시에 왔으나 트럼프 행정부가 하루에 제한된 숫자만 망명 신청을 받아 주고 있는 것이었다. 이른바 미터링(metering)이었다.

리오 그란데강 넘어 손에 잡힐 듯한 미국땅을 보며 남자는 모험을 하기로 했다. 딸을 안고 강을 헤엄쳐 건넌 뒤, 아내를 데려가기로 한 것이다. 어린 딸을 강 건너편에 데려다 놓은 아빠가 아이 엄마를 데려 오기 위해서 강 반대쪽으로 헤엄쳐 가자, 영문을 모르는 아이가 울면서, 급류로 뛰어드는 것이 아닌가? 아이를 붙잡으려고 물에 뛰어 든 아빠마저 급물살에 흡쓸러 익사하고 만 것이다.

CBP는 중남미 난민자의 입국을 막기 위해서 국경에서 일일 접수하는 망명자 수를 제한하고 있다. 나머지 사람들은 멕시코에서 망명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 놓고, 자기 이름을 부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자기 순서가 되어서 1차 망명심사(credible fear interview)가 잘 되더라도, 이민판사앞에서 망명 재판을 받아야 한다. 망명 신청자는 이 재판이 끝날 때까지 멕시코에서 기다려야 한다. 몇 년씩 걸리는 망명 재판을 갱과 폭력이 난무하는 멕시코에서 기다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것과 별도로 망명희망자가 미국 땅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는 강력한 추가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누구든지 멕시코 혹은 다른 나라를 경유해서 온 미국 망명 신청자는 경유한 나라에서 먼저 망명 신청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멕시코 땅을 밟았으면, 멕시코에서 망명신청을 하라는 것이다. 이른바 안전한 제3국 협정이다. 2004년 캐나다와 맺은 안전한 3국 협정을 멕시코와 과테말라의 팔을 비틀어 이들 국가로 확대한 것이다 .

플로레스 합의(Flores Settlement Agreement)란 지난 1997년 이민국이 불법체류 미성년자들을 비인도적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한 집단 소송으로 출발한 합의서로 미성년 밀입국자의 인도적 구류에 대한 원칙을 담고 있다. 부모와 동행하지 않고 입국한 미성년자(unaccompanied alien child)는 72시간만 구치소에 구류할 수 있고, 그 다음에는 난민관리 부서(the Office of Refugee Resettlement)에 보내야 한다. 그리고 그 뒤 20일이내에 청소년 불법 미성년자는 지체 없이 부모, 법정 후견인, 성년 친척, 부모가 지정한 개인, 어린이 보호시설, 정부가 보기에 적합한 개인에게 보내야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2015년 연방 법원은 2015년 부모와 함께 입국한 미성년자도 이 원칙에 따라서 석방을 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그 후 어린 자녀와 함께 미국에 온 일가족은 망명심사가 진행되는 경우, 미국에서 체류할 수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8월 16일 이 플로레스 합의를 아예 폐지하는 규정을 발표했다. 가족과 함께 입국한 미성년자 뿐만 아니라 혼자 미국에 온 미성년자 망명 신청자 마저도 더 이상 보호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메일: iminlawyeroffice@gmail.com

<김성환 이민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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