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단맛+은은한 향… 좋은 것만 섞은 ‘해남풍원미 고구마’

2019-09-04 (수) 12:00:00 강레오 ‘식탁이 있는 삶’ 상무이사
크게 작게

▶ 지온 높은 해남서 자란 신품종...단맛 세지 않고 식감 부드러워

▶ 껍질 얇아 생식해도 부담 없어

단맛+은은한 향… 좋은 것만 섞은 ‘해남풍원미 고구마’
단맛+은은한 향… 좋은 것만 섞은 ‘해남풍원미 고구마’

강레오 ‘식탁이 있는 삶’ 상무이사



해남은 여러 농수축산 특산물이 다양하기도 하고 브랜드 이미지도 상당히 좋다. 그 중에도 해남 ‘호박고구마’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내 딸도 들어보고 먹어본 적이 있다고 할 정도로 유명하다. 언제부터인가 고구마의 당도 또한 굉장히 높아져 몇 해 전부터는 ‘해남 꿀고구마’라는 이름으로 출하되는 고구마가 나와 이제는 고구마도 ‘당도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당도가 올라가는 만큼 다른 영양분의 비율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때문에 호박 고구마나 꿀 고구마의 당도가 부담스러운 소비자는 밤고구마를 선택하기도 한다. 늘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 있다. 특유의 부드러운 식감과 진한 풍미, 단맛이 좋아서 호박 고구마를 선택하기도 하고 단단한 식감과 적당한 단맛, 은은한 향이 좋아 밤고구마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필자는 늘 호박 고구마와 밤 고구마를 모두 구입해 그때그때 먹고 싶은 것을 챙겨 먹어 왔다.


그러던 중 해남에서 ‘풍원미’라는 품종의 고구마를 만나게 됐다. 그동안 내 손이 닿지 않았었던 등 쪽 어느 부위가 시원하게 느껴지는 그런 복합적인 맛과 풍미, 식감, 질감 껍질 하나까지도 그만의 개성이 있는 독특한 품종의 고구마였다. 이 고구마는 호박 고구마와 밤 고구마를 교배해서 만든 신품종이다. 그래서인지 호박 고구마의 풍미와 단맛이 강렬하지 않았고, 동시에 밤고구마의 질감과 식감도 강하지 않게 느껴졌다. 게다가 껍질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얇아 생식을 하더라도 불편함이 전혀 없이 맛이 좋았다. 때문에 열에 깨지기 쉬운 안토시아닌 성분도 이 고구마를 통해 섭취할 수 있었다.

친한 후배가 해남에 있어 해남에 자주 가는 편이다. 언젠가 “도대체 해남 고구마가 유명하고 맛있는 데는 어떤 이유가 있습니까?” 라는 질문에 “해남은 황토가 있고 해풍이 불어서”라는 농부들의 대답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우리나라 서해안과 남해안에는 오히려 황토에 해풍이 없는 곳을 찾기가 더 어렵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이번에 해남에 위치한 남궁농원을 찾아 또 똑같은 질문을 드렸다. 남궁기동 대표의 대답은 짧지만 뭔가 달랐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해남은 바람이 많고 기온이 낮지만, 지온이 높은 것이 특징이라 고구마에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해남은 유난히도 바람이 차고 매섭기로 유명한 지역이다. 연간 평균 기온을 봤을 때, 서울 북부지역 못지않게 추운 곳이라 아무래도 땅 위에서 자라는 식물들은 많은 저항을 받게 된다. 하지만 땅속의 온도가 다른 지역보다 높은 특징이 있어 고구마와 같은 식물에는 더없이 좋은 조건이다.

땅 위의 척박함이 줄기나 잎으로 가는 영양분을 뿌리 쪽으로 보내서, 더 좋은 고구마를 만들어 수확할 수 있도록 자연이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황토의 특징으로 인해 물 빠짐이 어려운데, 이 때문에 고구마밭을 약 15도 정도로 기울여줘 물 빠짐을 원활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 그밖에 수확 후 농부의 작업이 고구마의 깊은 맛을 더해준다. 수확한 고구마는 상처를 스스로 아물게 하는 ‘큐어링’이라는 방식을 통해 소비자에게 보내지는데 이 또한 단순 저장고가 아닌 천연 암반 저장고에서 섭씨 13도의 온도를 유지해야 더 깊은 고구마 맛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게 남궁 대표의 설명이다.

지역의 특성과 장점, 단점을 분석하며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이제 당분간은 호박 고구마나 밤고구마가 아닌 풍원미를 주문해 먹어볼 생각이다.

<강레오 ‘식탁이 있는 삶’ 상무이사>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