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단상] 무사고 45년

2019-08-29 (목) 12:00:00 김영자 / 워싱턴 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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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사고 45년의 운전면허증 소유자이다. 45년 전 한국에서 남편이 출퇴근용 차가 생기자 운전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이때다 싶어 나도 등록했고 얼마 후 같이 응시했다. 군대시절 지프를 몰아본 남편은 쉽게 합격할 것이고 나는 여러 번 떨어질 예상을 했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남편은 여섯 번 시험을 보았고, 나는 첫 번에 시험을 통과하고 면허증을 취득했다. 그러나 남편은 운전하며 일터로 다녔지만 전업주부이던 나는 운전기회가 없었다.

이민 와서 또 다시 라이선스 시험을 치렀다. 이상하게도 베테런 운전자 남편은 응시 5번째에, 시내 주행경험이 몇 번 없던 나는 두 번째 시험에서 라이선스를 받았다. 그러나 나는 남편의 과잉보호 덕분에 쭉 뻗은 고속도로 한번 시원하게 달려보지 못하고 운전면허증은 지갑 속에서 잠만 잤다.


그러다 남편이 노환으로 운전이 어렵게 되자 딸이 우리 차를 저희 집으로 몰고 갔다. 내가 당장 가져오라고 화를 내자 딸이 웃으며 말했다.

“엄마 나이면 수십 년 운전자도 손을 놓아요.”

내 인생길 어언 80리. 그래 이젠 접어야지… 주변에 나를 라이드 해줄 운전자들이 많다. 택시도 있고 곧 자율주행차가 일반화된다고 한다. 그때는 내 소유의 차를 가져보고 마음껏 자유롭게 다녀야지… 나는 딸도 모르게 야무진 계획을 세우고 있다.

<김영자 / 워싱턴 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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