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본보 문예공모전 시 부문 가작] 양파를 썰면 눈물이 난다
2019-08-21 (수)
홍성철
홍성철
부엌 구석에 돋는 연두색 새순
물도 없이
빛을 찾아 일어선다
다시는
바람 부는 들판에 서지 못할 걸 알았을 때
마지막 선택은
자기를 넘어서는 것
뿌리가 안으로 들어가
스스로 밭이 되고
한겹한겹 껍질로 말라가는 사연
자른 단면에 선명하다
벗어날 수 없는 붉은 망을 넘어
기꺼이 세대의 징검다리가 된다
죽음이 그렇게 삶과 이어진다
막막한 세상에서
나를 키운 어머니처럼
자기 살에 뿌리를 내려
소망을 키우는 양파
썰면 눈물이 난다
●입상소감 홍성철
글 쓰고싶어 하는 사람을 격려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사고의 단위는 언어라고 하던데, 이민와서 살며 내가 나다울 수 있던 첫째 요건이 바로 정비된 체계의 우리 말, 우리 글이라는 생각입니다. 아름다운 한글로 나의 투박한 생각을 다듬고 전달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나와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을 글로 담고 싶습니다. 우리 집 두 아이에게 읽고 쓰기를 꾸준히 하라고 권하는데, 그 잔소리에 무게를 실어주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북미 이민자의 감성과 서정을 40년동안 보듬고 이끌어준 한국일보에 감사와 경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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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