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단상] 여름찬가

2019-08-13 (화) 12:00:00 최수잔 / 워싱턴 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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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사이로 쏟아지는 햇볕이 유난히 뜨겁다. 유리창을 통해 바라본 숲속의 나뭇잎들은 혈기왕성해서 깊고 넓은 녹색의 바다로 물결치고 있다. 사슴도 가족을 이끌고 피서를 갔는지 보기 힘들고 가끔씩 다람쥐가 잔디를 가로지르며 새들의 노래에 춤을 추고 있다. 여름은 청년의 계절이다. 눈부신 여름나무들의 향연 속에 과일은 태양을 마음껏 품으며 살이 찌고 영글어간다.

여름은 이른 새벽부터 분주하다. 여물어갈 가을을 꿈꾸며 넓은 들판에서는 한창 벼를 키우고 밤송이를 살찌우며 우리의 양식을 준비하고 있다. 가끔씩 바람을 일으키면서 천둥과 먹구름 속에서 소나기를 시원하게 쏟아내며 뜨거운 대지를 식히고 자연을 키운다. 조용한 밤에는 하늘의 수많은 별들과 교제하며 수십개씩 떨어져 내릴 별똥별의 아름다운 우주 쇼도 계획하고 있다.

성하의 계절 8월은 심신이 지친 자들을 푸른 바다로 초대해서 시원한 바닷바람으로 영혼에 쉼을 주고, 출렁이는 파도타고 물놀이하는 육신을 구리빛으로 만든다.


목청 높여 마음껏 젊음을 뿜어대는 매미와 멋진 자태로 날고 있는 새들과 호랑나비의 계절, 몸도 마음도 팽팽했던 젊은 시절이 그리워지는 달이기도 하다.

자연의 언어는 묵묵하지만 명확하고 정직하다.

<최수잔 / 워싱턴 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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