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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견우의 직녀의 결혼

2019-07-29 (월) 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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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싱글이 세금을 더 내야 하나요? 한국의 청와대 국민청원에 누가 글을 올렸는데, 참여인원이 달랑 4명뿐이었다고 한다. 20만 명 이상이 추천 동의를 해야 정부 책임자가 답변을 한다는데 4명뿐인 것을 보면, 국민 대다수가 싱글이 세금 더 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어쨌든 결혼 못한 것도 서러운데, 세금까지 더 내는 것. 그것이 억울하다는 하소연. 나도 충분히 공감이 간다. 그런데 그것은 여기 미국도 사실은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결혼한다고 세금이 줄어들까? 그건 장담할 수 없지만, 이번에 세법이 바뀌면서 아주 좋아지기는 했다.

예를 들어보자. 견우와 직녀가 다음 달에 결혼한다. 연봉은 원래 둘 다 20만 달러씩. 그러면 세금(소득세)이 1/3이니까, 대충 6만 달러다. 이제 결혼을 하면 부부의 총 소득은 40만 달러. 그렇다면 세금도 2배가 되어서 12만 달러를 낼까, 아니면 그보다 낮아질까? 또는 오히려 높아질까?


정답을 말하면, 2017년까지는 세금이 오히려 늘었다. 둘이 합쳐서 12만 달러 냈던 것을 가령 14만 달러로 올라갔다. 고소득 가정에 더 높은 세금을 매기는 세율의 누진성(progressive) 때문이다. 그래서 오죽하면 결혼식 올리고 애들까지 있는데도, 결혼 신고 안 하고, 각자 싱글 엄마나 싱글 아빠로 세금신고를 하는 사람들이 있겠나. 이렇게 결혼 전 남녀의 세금을 합친 것이 100인데, 결혼한 부부의 세금이 110이 되는 것. 그것을 결혼 벌금(marriage penalty) 또는 ‘결혼세’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문제가 트럼프의 세법 개정 덕분에 없어졌다. 견우와 직녀같이 연봉이 똑같다면, 세금(연방 소득세)도 결혼 이전과 이후가 똑같다. 오히려 연봉 차이가 큰 사람들이 결혼을 하면, 세금이 줄어든다. 다만 모든 사람들이 이런 혜택(marriage bonus)을 받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기본공제가 아닌 특별공제(itemized deductions)를 받으면, 같은 연봉의 남녀가 결혼하더라도 세금이 옛날처럼 늘어날 수 있다.

왜 그럴까? 세율구조(tax brackets) 자체만 보면, 이번 세법 개정으로 이 ‘결혼 벌금’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었지만, 주 소득세와 재산세 공제(SALT)를 세금 신고서당 1만 달러로 제한시키는 바람에 손해를 본다. 무슨 말이냐 하면, 견우와 직녀가 각각 1만 달러씩 공제받던 것을, 결혼하면 한도액이 2만 달러로 올라가줘야 하는데, 결혼을 했어도 1만 달러 그대로다. 모기지 이자 공제도 마찬가지다.

칠월칠석에만 까마귀와 까치가 놓아 준 오작교 위에서 잠깐 만나던 견우와 직녀. 적어도 연방 소득세 세율만 놓고 보면 그들의 하나 됨을 막을 것은 이제 없어진 셈이다. 마음껏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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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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