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류현진, 수비 시프트 악몽 끝나자 ‘괴물 본능’ 발휘

2019-07-1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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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회 2실점한 뒤 5회 2사까지 12타자 범타 처리

류현진, 수비 시프트 악몽 끝나자 ‘괴물 본능’ 발휘

재키 브래들리 주니어보다 먼저 베이스 밟는 류현진 [AP=연합뉴스]


수비 시프트의 악몽이 끝나자 올 시즌 전반기 리그를 지배했던 류현진(32·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진가가 발휘됐다.

류현진은 14일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보스턴과의 방문 경기에 선발 등판해 1회 말 2실점 했지만 7회 말까지 추가 실점 없이 마운드를 지켰다.

4-2로 앞선 상황에서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교체된 류현진은 8회 말 페드로 바에스가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홈런 두 방을 허용해 허무하게 승리를 날렸다.


이번 경기는 지난해 월드시리즈의 리턴매치로 미국 전역에서 큰 관심이 쏠린 매치업이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올스타전으로 끌어올린 야구 열기를 후반기에도 이어가기 위해 후반기 첫 시리즈로 미국 서부(다저스)와 동부(보스턴)를 대표하는 두 명문 구단의 3연전을 편성했다.

작년 월드시리즈에서 맞붙었던 양 팀이 그렇게 후반기 초입에서 격돌했다.

월드시리즈에서 보스턴에 1승 4패로 트로피를 내준 다저스는 설욕을 다짐했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3위로 전반기를 마친 보스턴으로서도 후반기 반등을 위해 놓칠 수 없는 3연전이었다.

두 팀이 1∼2차전에서 1승씩을 나눠 가진 가운데 마지막 3차전에 류현진이 마운드에 섰다.

스포츠전문매체 ESPN의 '선데이 나이트 베이스볼'로 전국 중계되는 경기였다.


단순히 정규리그 한 경기가 아니었다. 펜웨이파크에는 다저스 원정 팬들이 적잖게 모여들었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선발 맞대결했던 류현진과 데이비드 프라이스가 다시 격돌하면서 포스트시즌의 분위기까지 났다.

류현진은 지난해 10월 25일 펜웨이파크에서 벌어진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4회 말까지 강타선을 4안타 1점으로 막고 2-1로 앞서가는 호투를 했다.

하지만 5회 말 첫 투아웃을 잡아낸 뒤 마지막 아웃 카운트 하나를 더 잡지 못해 2사 만루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가고 말았다.

구원 등판한 라이언 매드슨이 류현진의 책임 주자 3명을 모두 불러들이는 바람에 류현진은 자책점 4점과 함께 패전 투수의 멍에를 썼다.

경기 초반만 해도 펜웨이파크에서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올 시즌 17경기에서 만루 위기가 한 번뿐이었던 류현진은 다시 선 펜웨이파크에서 1회 말부터 만루 위기에 몰렸다.

또 류현진은 이날 경기 전까지 2사 득점권 위기에서 33타수 1안타로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을 뽐냈으나 이날만큼은 달랐다.

류현진은 1회 말 2사 1, 2루에서 2점을 허용하는 과정에서 크리스티안 바스케스, 앤드루 베닌텐디, 마이클 채비스에게 3타자 연속 안타를 맞았다.

1회 말에 내준 3개의 내야안타는 모두 정상적인 수비 위치였으면 평범한 땅볼이 될 타구였다. 수비 시프트는 계속해서 어긋났고, 내야수들의 난조는 계속됐다.

하지만 류현진은 흔들리지 않았다. 류현진은 2회 말부터 4회 말까지 3이닝을 모두 삼자범퇴로 처리했다.

류현진의 속전속결 피칭이 투구 템포가 극도로 느린 프라이스와 대비가 됐다.

류현진은 5회 말 2사까지 12타자 연속 범타 행진을 벌였다.

압권은 느린 커브였다. 류현진은 4회 말 2사에서 재키 브래들리 주니어에게 4구째 시속 70.3마일(113㎞)짜리 커브로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느릿느릿 포물선을 그리며 포수 미트에 꽂히는 공을 브래들리 주니어는 얼어붙은 듯 지켜봤다.

관중석에서는 탄식이 터져 나왔고, 펜웨이파크 기자실에서는 미국 기자들이 실소했다.

류현진은 5회 말 2사에서 라파엘 데버스를 상대로 1볼에서 2구째로 시속 69.4마일(112㎞)짜리 커브를 던졌다.

앞선 1∼2차전에서 홈런 포함 안타 3개를 친 보스턴의 강타자 데버스를 상대로, 게다가 전형적인 타자 친화구장인 펜웨이파크에서 류현진은 당혹스러울 정도로 과감했다.

땅볼 타구 비율이 높은 편인 류현진은 1회 말 수비 시프트와 연관된 내야 안타가 쏟아지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침착하게 자신의 피칭을 이어갔다. 느린 커브를 섞는 여유와 자신감으로 올 시즌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과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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