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한국금융위원회가 주최한 한국 핀테크 위크(FinTech Week)에 참석하러 한국에 갔을 때 일이다. 세계은행 금융 관련부서에서 블록체인, 인공지능과 같은 핀테크를 활용하는 일을 하는 관계로 행사 첫날 오후 국제행사장에서 국제연사 중 한 명으로 발표를 하게 되어 있었다.
오전에 개막식 행사를 마치고 한국사무소에서 나온 동료들과 점심식사를 하러 갔다.
동료에게 음식 주문을 부탁하고 화장실에 다녀온 후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 할 때였다. 아뿔싸, 휴대전화가 없는 게 아닌가.
나는 평소 휴대전화 케이스에 크레딧카드와 운전면허증을 넣고 다닌다. 게다가 휴대전화는 직장에서 제공받은 회사소유의 것이다. 나는 순간 얼굴이 하얘져서 화장실로 달려가 보았다. 화장실 청소 담당직원에게 물으니 본 적이 없단다.
외국에 출장 와서 휴대폰을 잃어버리면 사무실 이메일도 확인할 수 없고 누구와 연락도 할 수 없고, 연락처도 모두 휴대폰 안에 저장되어 있는데… 이를 어쩌나 싶어 눈앞이 캄캄했다. 식당 자리로 돌아오니 동료 중 하나가 내 전화로 전화를 하니 경찰서에서 받더라며 빨리 경찰서로 가보라고 했다.
동료 한 명이 따라나섰다. 한국을 떠난 지 어느덧 20년이 넘은 데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와 그 일대는 한국을 떠난 후 처음 방문이었다. 어디가 어딘지 몰라 헤맬 것이 분명했다. 식당들이 모여 있는 지하 식당가에서 올라가니 밀레오네라는 커다란 쇼핑 건물이 있고 그 길 앞에 간이 파출소가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책상 한 개와 크지 않은 2인용 소파 하나가 놓인 작은 공간에 경찰관 한 명은 책상 뒤에 앉았고 두 명은 그 옆에 서 있었다. 모두 젊은 청년이었다.
책상 위에는 내 전화기와 그 케이스에서 꺼낸 운전면허증, 신용카드 두 장이 펼쳐져 있었다. 책상 뒤에 앉은 경찰관이 내가 가져온 여권을 받아 들고는 여권과 운전면허증을 대조해 본 후 문서를 건네며 사인을 하라고 했다. 물건을 찾아간다는 서명이었다.
그는 내게 전화기와 소지품을 건네며 당당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국에서 잃어버렸으니 이렇게 되찾을 수 있지 다른 나라에서 잃어버렸으면 누가 경찰서에 가져다주겠어요? 한국인인 것이 얼마나 자랑스럽습니까! 아이폰 중에서도 신제품인데 누가 정직하게 돌려주겠어요?”
나는 고맙다는 인사를 몇 번이고 한 후 전화기와 카드를 찾아 행사장으로 돌아오며 동행한 동료에게 말했다.
“두 해 전에도 전화기를 잃어버렸어요. 내가 사는 곳 공항에 차를 세워 놓고 여행 갔다 돌아왔을 때죠. 주차장에서 전화기 케이스에서 카드를 꺼내 계산을 하고 집에 와서야 전화가 없어진 걸 알았죠. 차에 짐을 실으며 떨어뜨렸나 봐요. 전화를 해봤지만 전원이 꺼져 있었죠. 주운 사람이 돌려줄 뜻이 없어 추적을 못 하도록 전원을 꺼버린 거죠. 정말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전화기를 못 찾았으면 걱정하느라 오후에 해야 할 발표도 제대로 못 할 뻔했어요.”
나는 전화기를 찾은 감격과 칠칠치 못하게 물건을 흘리고 다닌 부끄러움까지 더해 어떤 사람이 경찰서까지 와서 전화기를 놓고 갔는지 묻지 않은 채 서둘러 떠나왔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선한 행위는 다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특히 아무런 대가도 없이 이름 석 자도 알리지 않고 베푸는 행위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그 누군가에게 뒤늦게 이렇게나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최고의 감사는 내가 받은 선행을 더 많은 이에게 나누고 베풀며 사는 것이라 믿으며 날마다 감사의 마음을 나누며 살 것을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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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정 금융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