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집짓기
2019-07-08 (월) 12:00:00
박연실 / 풀러튼
드디어 오늘 전기와 개스가 연결되는 것으로 1년여에 걸친 집짓기가 끝이 났다. 막바지에 들어서는 크고 작은 문제로 마지막 마무리를 짓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모두들 말렸다. 집을 한 번 지으면 십 년은 늙는다느니,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집을 짓지 않게 된다느니 하며 잔뜩 움츠러드는 소리뿐이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에게만 일을 맡길 수 없어 남편은 아예 건축면허를 취득해 버렸다.
사실 설계부터 시행착오를 거듭하여 1년여를 허비하고 다시 설계를 변경하여 기초 공사를 하고 시멘트를 붓고 기둥을 올리면서 하루하루 집의 형태가 잡혀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지붕을 올리고 부엌을 만들고 마루를 깔았다. 매일 새벽 재료를 사러 다니고 낮에는 감독을 해야 했다. 잠시라도 소홀히 하면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일하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은 한 과정이 진행될 때마다 검시관의 확인을 받는 것이었다. 아침마다 시청을 드나들며 수도 없이 반복되는 검사예약 시간을 잡는 일, 그리고 수정하고 보완하고 나면 또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는 시행착오들, 생각하지도 못했던 새로운 일들이 끝날 것 같지 않게 계속 됐다. 아무도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고 물어 볼 곳도 마땅치 않았다.
오래전에 아버지도 집을 하나 짓는 것이 꿈이었던 모양이다. 미국 연수를 다녀오신 적이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신기한 미제 물건들을 가져오던 시절 있었는데도 그때 아버지는 집짓는 전기톱, 드릴 등을 가득 챙겨 오셨다. 언젠가는 당신 자신이 집을 지어 윗집, 아랫집에 딸들과 함께 살고 싶어 하셨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 우리는 그 전기톱과 드릴을 몇 년간 가지고 있다가 결국에는 헐값에 팔아 버렸다. 그때 엄마의 심정은 단지 물건이 아닌 희망을 버리는 것 같아 더 서글펐을 것이다. 고맙게도 남편은 집짓는 과정을 틈틈이 한국의 친정엄마에게 사진으로 보내 주었다.
내 아버지의 꿈이자 내 남편의 꿈이기도 한 집 짓기가 오늘로서 끝이 난 것이다. 그들에게 이것은 아마도 단지 집이 아니라 조금은 서툴고 부족 하지만 그래서 더 소중하고 잊을 수 없는 애틋한 첫 사랑 같은 존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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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실 / 풀러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