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전 기념비 건립 신중히 고려해야

2019-07-05 (금) 문태기 OC지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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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 기념비 건립 신중히 고려해야

문태기 OC지국 국장

한인타운의 올드 타이머 김진오씨가 지난 2016년 서울에서 갑자기 별세한 지 벌써 3년이 지났다.

고인은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한국전에 참전한 미군들의 이름을 동상에 새겨서 길이 보존하자는 취지로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 건립에 매달렸다.

그러나 고인이 생전에 조직했던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 건립 위원회’에서 이 사업을 계속 추진했지만 아직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샌 피드로 우정의 종각에서부터 부에나팍 엘러스 커뮤니티 센터에 이르기까지 여러 장소가 후보지로 거론되었지만 결국에는 흐지부지하게 끝났다. 이에 일부 한인들은 기념비 건립을 위해서 고 김진오씨가 모금해 놓은 28만9,300달러(7월 5일 현재)의 커뮤니티 기금(약 80% 고인 자신이 기부)이 계속해서 ‘잠자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 해왔다.


작년 5월 세상을 떠난 오 구씨는 이 위원회 위원장을 맡을 당시 현재 모금된 기금으로는 참전 용사비 건립이 힘들기 때문에 포기하고 새 한인회관 건립을 위해서 기부하자는 의견을 낸 적이 있다. 그는 당초 고 김진오씨가 계획을 세웠던 풀러튼 한 공원에 참전 기념비 건립(예산 200만여 달러)을 못할 바에는 새 한인회관에 기념비를 축소해 비치하고 회관 건립기금으로 한인회에 기부하자고 호소했다.

그 당시 위원회 일부 멤버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그의 의견은 시행되지 못했다. 이들은 고인이 추구했던 취지에 맞게 한국전 참전 용사 약 3만7,500명의 이름이 새겨진 건립비를 세워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후 오 구 씨는 건강이 좋지 않아서 위원회 일에 관여하지 못했다.

또 최근에는 고 김진오씨의 부인 김정덕씨가 이 기념비 설립을 위해 모은 기금을 한인회에 기부했으면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녀는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아무런 성과도 없을 바에야 뜻있는 일에 사용했으면 한다는 생각에 한인회 기부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만일 미망인의 바람대로 이 기금이 한인회로 넘겨지면 새 회관을 건립하면서 생긴 은행 융자금 60만달러를 갚는데 숨통이 트일 것이다. 새 한인회관 건립을 추진할 당시 어바인에 한미문화센터를 세우려고 했던 이상원 박사는 여의치 않자 모금한 10만달러를 한인회에 기부해 회관 마련에 기폭제가 된 적이 있다.

그러나 일반기업 같으면 ‘대주주’라고 할 수 있는 미망인이 자기 뜻대로 할 수 있겠지만 비영리 단체에 기부한 돈인 만큼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바꾸어 말하면 6명(2018년 6월 기준)으로 구성된 이 위원회가 동의하지 않으면 한인회로 기금을 넘겨줄 수 없는 셈이다.

현재 위원회 위원들 사이에는 한국전 참전 용사 기념비 건립을 포기하고 한인회에 기금을 기부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 팽배해 있어서 현재로서는 미망인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고 김진오씨가 한인회장이던 지난 2011년 시작된 한국전 참전 기념비 건립 프로젝트는 올해로 무려 8년이 지났다. 언제까지 이 위원회가 기금을 쥐고 있을 것인지 아무런 기약이 없다.

이 위원회가 현재 확보된 기금으로 기념비 건립을 나름대로 추진하고 있다지만 이제는 당초 예산 규모 200여만달러를 10분의 1가량으로 줄이고 이 돈으로 일반 공원 등에 소규모 기념비를 건립해야 할지를 신중히 고려해야 할 것 같다.

예산이 적어서 이 기념비를 거의 방문자가 찾지 않고 관리가 안 되는 외진 곳에 초라하게 건립할 바에야, 아쉽지만 아예 시작하지 않는 것이 현명할지도 모른다. 해묵은 이 문제에 대해 이제는 커뮤니티 차원에서 공개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기이다.

<문태기 OC지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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