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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주, 강우량 많아 터마이트 급증 주의보

2019-06-27 (목) 준 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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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 있는곳은 어디든 가리지 않고 먹어

▶ 마당 물 고인 곳·습기 많은 장소 등 점검

남가주, 강우량 많아 터마이트 급증 주의보

터마이트와 거미 등 해충 제거 작업을 하는 모습. [AP]

불과 1~2년까지만 해도 가주에서 주택 매매를 할 경우 셀러는 반드시‘터마이트’(Termite) 인스펙션을 실시해야 하는 규정이 있었다. 터마이트는 목재를 갉아먹는 흰개미의 일종으로 목조 주택 건물에 피해를 발생시키는 해충으로 규정된다. 가주의 경우 터마이트에 의한 주택 피해가 많이 발생하는 편으로 셀러가 터마이트 관련 피해 사실을 바이어 측에게 반드시 통보하도록 하는 규정이 시행됐다. 최근 관련 규정이 셀러와 바이어 간 합의 사항으로 변경됐지만 일선 업계에서는 셀러가 관련 사실을 바이어 측에 통보하는 것이 여전히 관행처럼 시행되고 있다. 그만큼 터마이트에 의한 피해가 발생하기 쉽고 일단 발생하면 피해 규모도 크기 때문이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 업체 리얼터닷컴이 터마이트 기생을 부르는 요인을 짚어봤다.

◆ 나무면 가리지 않는다

터마이트가 가장 사랑하는 것은 나무다. 지은 지 오래된 캐빈 형태의 주택이던 새로 지은 ‘스터코’(Stucco) 형태의 주택이던 상관없이 터마이트는 나무가 있는 곳은 얼마든지 침입이 가능하다. 터마이트가 썩은 나무나 죽은 나무만 갉아먹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잘못된 사실이다. 터마이트는 나무의 상태와 상관없이 땅과 접촉된 나무라면 가리지 않고 먹어치운다.


습기 찬 땔감용 나무는 물론 해충 방지를 위해 압력 약품 처리된 목재까지 터마이트에게는 맛있는 먹잇감에 불과하다. 해충 제거 업체 ‘브라만 터마이트 & 페스트 일리미네이션’의 나타샤 라이트 전문가는 “일반 나무나 약품 처리된 나무나 터마이트에게는 ‘뷔페’나 다름없다”라며 “터마이트를 방지할 수 있는 나무 종류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 습한 곳은 ‘천국’

나무가 풍부하고 여기에 습기만 조금 더해진다면 터마이트에게는 천국과 같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과 다름없다. 하수 불량, 누수, 기체 응결, 배기 불량 등의 원인으로 실내에 습기가 차기 쉽다. 아무리 적은 양의 습기라도 습기가 찬 곳은 터마이트가 기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터마이트 방지를 위해서는 습기 제거가 우선이다.

터마이트가 목재를 통해 섭취하는 ‘영양소’는 바로 ‘셀룰로스’(Cellulose)다. 셀룰로스는 고등식물 세포벽의 주성분으로 목질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다당류 섬유소다. 셀룰로스가 풍부하게 생산되려면 습기가 필수 요소다. 이런 장소로 주택 지반 인근에 축축한 흙이 있는 곳에 터마이트가 몰리기 쉽다.

◆ 어떤 외벽도 뚫는다

가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택 외벽 형태 중 하나가 ‘스터코’(Stucco) 외벽이다. 스터코는 목재 외벽을 마감하는 재료로 화장 도료, 석고 등이 주재료다. 목조 주택 건물 외벽을 스터코로 마무리했다고 해서 안심하면 안 된다. 오히려 건물 외벽재로 사용되는 ‘폼 보드 단열재’(Foam Board Insulation)와 시멘트 외벽재인 ‘드라이빗’(Dryvit)과 같은 자재는 터마이트를 유혹하는 자재다. 터마이트가 이들 화학성분의 자재를 음식 삼아 먹는 것은 아니다. 보호막으로 설치된 외벽 자재를 갉아서 목조 자재가 사용된 내부까지 얼마든지 침입할 수 있다.

◆ 지반 틈타고 내부로 침입


해충 제거 업체 ‘애로우 엑스터미네이팅’의 마이크 도이치 곤충학자에 따르면 터마이트는 먹이를 찾기 위해 땅속에서 항상 기생한다. 땅속에 묻힌 목재, 죽은 나무, 종이류 등 셀룰로스 성분이 포함된 유기물이 터마이트의 먹잇감이다. 주택 건물 지반 아래의 땅속도 터마이트가 늘 먹이를 찾아 헤매는 공간이다.

그런데 지반에 아무리 조그만 틈이 발생하면 이 틈을 통해 주택 건물 내부로 침입하게 된다. 주택 건물 내부로 침입에 성공한 터마이트는 건물 목재를 희생 제물로 삼아 한바탕 ‘잔치’를 벌이고 결국 주택에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 공사 뒤 남은 땅속에 버려진 목재

실내 생활 공간을 넓히기 위한 증축 공사를 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공사가 다 끝난 뒤 남은 자재나 톱밥 등을 깨끗이 제거해야 터마이트 기생을 방지할 수 있다. 공사 뒤 남은 목재나 톱밥이 그대로 땅속에 묻히면 터마이트에게도 생활 공간이 제공되는 셈이다.

터마이트가 땅속에 묻힌 목재를 다 먹어치운 다음 찾는 먹잇감은 바로 주택 건물이다. 목재가 땅과 접촉되는 공간에 터마이트가 기생하기 쉽다. 이런 공간으로는 뒷마당에 설치한 목조 데크, 앞마당 ‘포치’(Porch), 차고 문 기둥과 바닥이 만나는 곳 등이다.

◆ ‘멀치’는 멀찌감치

조경 작업에 ‘멀치’(Mulch)라고 불리는 재료가 자주 사용된다. 멀치는 나무껍질의 일종으로 꽃이나 식물을 심은 뒤 잘 자라게 하기 위한 ‘뿌리 덮개용’으로 사용된다. 멀치는 터마이트가 사랑하는 나무 재질일 뿐만 아니라 화단에 물을 뿌리기 때문에 항상 습기 찬 상태가 유지된다. 조경 작업에 멀치를 사용하려면 주택 건물에서 적어도 약 15~20인치 떨어진 곳에 사용해야 터마이트가 주택 건물 내부로 침입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 크롤 스페이스

온도가 적당하고 어두침침한 공간은 터마이트에게 최상의 기생 환경을 제공한다. 주택 내에서 이런 공간으로는 ‘크롤 스페이스’(Crawl Space)가 있다.

사람이 기어 야만 출입할 수 있는 공간으로 천장 밑이나 주택 건물 바닥 밑 공간 등이 있다. 이들 공간에 터마이트가 기생할 수 있기 때문에 환기를 시켜 습기를 제거해야 터마이트로 인한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 습기 차단제, 제습기, 통풍 기구 등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습한 기후

올해 남가주 강우량이 예년에 비해 많아 터마이트 급증이 우려된다. 예년보다 많은 비로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터마이트 번식지가 조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택 건물 안팎으로 터마이트 흔적을 잘 살펴 더 큰 피해로 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터마이트 외에도 기타 곤충 떼의 흔적이나 건물 외벽 등에 터마이트가 지나다니는 ‘흙 통로’(Mud Tube)가 발견되면 터마이트가 이미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흔적이다. 또 목재 일부분이 연해졌거나 노크하듯 쳤을 때 내부가 빈 것처럼 느껴지거나 곤충 날개처럼 보이는 것이 쌓여 있을 때도 터마이트가 의심되는 경우다. 반드시 해충 제거 업체에 신속히 연락해 터마이트 제거 작업과 수리 작업을 실시해야 한다.

<준 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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