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경제칼럼/부자가 나쁜가? ①

2019-06-24 (월) 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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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는 강남 부자다. 얼마 전에는 아들에게 50억 원짜리 반포 ‘아리팍’ 아파트를 대출 없이 사줬을 정도다. 그 강남 부자가 요새 뚜렷한 이유도 없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무슨 영화를 하나 보고 왔는데, 그렇게 마음이 불편할 수 없단다.

모든 부자들이 세금을 떼어먹고 약자를 등쳐서 돈을 긁어모았을 것이라고 단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그렇게 많은 재산을 모을 수 없다고 의심부터 하는 사람들이다. 단지 가난하다는 이유 하나로 동정 받아서는 안 되는 것처럼, 돈이 많다는 이유 하나로 당연히 비난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가난하면 그가 정의롭게 살았기 때문이고, 부자면 그가 평생을 부정하게 살았을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도 옳지 않다.

부자는 정말 나쁜 사람들일까. 한번 냉정하게 따져보자. 이번에 흥부가 한국과 미국에 낸 세금은 합쳐서 100만 달러가 넘는다. 그 돈이면 대학 등록금 20명분이다. 어쩌면 흥부의 그 돈이 메디케이드 환자의 소중한 생명 하나를 살렸을지도 모른다. 누가 더 나쁜 사람인지 비교해보자.


무료 학비와 무료 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서 주급의 절반을 캐시로 달라는 사람, 그래서 소득을 50%나 속인 사람이 나쁜가. 아니면 11억 원의 세금으로 어쩌면 그들의 병원비와 등록금을 대신 내줬을 흥부가 나쁜가. 서류를 위조하고 온갖 거짓말로 위장 취업하는 송강호 가족이 나쁜가, 아니면 그들에게 속절없이 속임을 당하는 이선균 가족이 나쁜가. 물론 여러 다른 주장들이 가능하다.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도 않다. 다만, 오늘 내가 분명하게 증언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아는 대부분의 부자들은 땀 흘려 일하고 노력해서 힘들게 재산을 하나씩 모은 성실한 사람들이라는 것. 그들은 영화나 뉴스에 나오는 부자들과 달리, 더 겸손하고 상대방을 더 배려하며, 훨씬 더 금욕적이고 나태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것. 그러니 그들은 사회로부터 존경받아야 할 대상이지, 결코 타도되어야 할 전복의 대상도 아니고 범죄의 대상은 더더욱 아니다.

사람들은 겉으로는 부를 경멸하면서도 속으로는 그 부를 갈망한다. 그런 사람들이 뒤섞인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진짜 부자들이 많은 세상. 누구나 부자의 꿈을 자유롭게 꿀 수 있는 세상. 그런 세상이 정상적인 세상이고 결국 그것이 우리가 가야 할 올바른 방향이 아닐까. 다만, 지금 방향을 바로잡아야 할 역할은 (미안하지만) 흥부 같은 강남부자들의 몫이다. 왜냐하면 상황이 이 지경이 된 데에는 부자들의 책임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반목과 대립이 더 고착화되기 전에 부자들이 이 문제를 풀어줘야 한다. 더욱이 그들은 자신의 권리와 영역만 침해받지 않는다면 훨씬 더 평화적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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