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택 시장 침체 우려 솔솔 제기

2019-06-20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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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소식이 뉴스를 통해 조금씩 들려오고 있다. 경기 침체 전망은 비단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침체를 앞두고 있다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경제를 비롯, 세계 경제가 순항을 이어 온 지 이미 수년째. 역사적으로 경기가 호황과 불황의 순환을 거듭해온 탓에 경기 불황에 대한 걱정이 늘고 있다. 경기 대침체로 기록된 직전 침체기 동안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분야가 바로 주택 시장이다. 그래서 경기 침체 뉴스가 나올 때마다 주택 소유주들은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다. US 뉴스 앤 월드 리포트가 주택 시장 침체 가능성을 짚어봤다.

◇ ‘깡통 주택’ 여전히 520만 채

주택 시장이 수년째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가격이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주택이 여전히 많다. 부동산 시장 정보 업체 애톰 데이타 솔루션스에 의하면 올해 1분기 말까지 약 520만 채에 달하는 주택의 시세가 모기지 원금보다 낮은 이른바 ‘깡통 주택’으로 집계되고 있다. 깡통 주택 비율은 모기지 대출을 안고 있는 전체 주택 중 약 9.1%로 주택 시장을 당장 위협할 만큼 높은 비율은 아니다.


하지만 주택 시장 전문가들은 깡통 주택 비율이 지난해 4분기 조사 때의 약 8.8%보다 높아진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깡통 주택 비율은 주택 시장 침체가 절정이던 2012년 약 30%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주택 시장은 2012년 ‘긴 터널’을 빠져나온 이후 매년 회복세를 거듭하고 있다.

전국 대부분의 주요 주택 시장에서 주택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부동산 정보 업체 질로우닷컴은 올해도 주택 가격이 약 4.1%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택 수요에 비해 주택 매물 공급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 매년 주택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런데 최근 경기 침체 전망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주택 시장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빠르면 2020년 3분기 경기 침체 시작

질로우닷컴이 경제학자, 투자 전략가, 주택 시장 전문가를 대상으로 다음번 경기 침체 시기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약 50%의 응답자가 2020년부터 침체가 시작될 것으로 예측했다. 응답자의 약 19%는 내년 3분기를 침체 시작 시기로 지목했다.

침체 원인을 묻는 질문에는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무역 정책을 꼽았고 이어 주식 시장 조정기, 지정학적인 충돌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도 있다고 답했다. 설문 조사 결과에서 알 수 있듯 주택 시장 요인에 의한 경기 침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타이틀 보험 업체 퍼스트 아메리칸 파이낸셜 코퍼레이션의 마크 플레밍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시장 요인에 의한 경기 침체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침체가 발생해도 주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거 경기 침체 발생 시에도 주택 시장이 경기 회복 요인으로 작용한 적이 있다. 경기 침체 영향을 덜 받은 소비자들에 의해 주택 거래가 꾸준히 이뤄졌고 기존 주택 보유자들은 주택 순자산을 활용, 경제 활동에 나서며 경기 추가 하락을 막은 바 있다.

경기 대침체가 주택 시장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서브 프라임 대출’로 촉발됐던 것과 달리 현재 주택 융자 시장은 특별한 위험 요인 없이 건전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경기 침체로 인해 주택 시장이 둔화되더라도 현재 주택 보유자들에게는 큰 영향이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질로우닷컴의 스카일러 올센 경제 리서치 디렉터는 “경기 침체로 일자리가 감소할 경우 주택 수요를 위축할 위험은 존재한다”라며 “그러나 주택 시장이 둔화세로 접어들더라도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라고 내다봤다.

◇ 침체 발생해도 단기, 소규모에 그칠 것

주택 시장 전망이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역적으로 침체 여파를 피하지 못하는 지역을 발생할 수 있다. 주택 시장 상황이 지역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최근 주택 시장 열기가 과열 양상을 보인 지역은 경기 침체 발생 시 수요 위축과 가격 하락 등의 현상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이미 전국적으로도 최근 주택 수요가 감소하는 현상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올센 디렉터는 최근 주택 가격 상승폭 둔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과 관련, ‘주택 매물 수급 불균형에 따른 현상’으로 분석했다. 경기 침체에 영향을 받아 주택 가격이 둔화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주택 시장 자체적으로 경기 침체를 대비하는 현상이라는 것이 올센 디렉터의 설명이다.

올센 디렉터는 “다음번 경기 침체 발생 시 주택 시장에서 대규모 주택 압류와 같은 심각한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둔화가 주택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치더라도 하락폭은 크지 않을 전망으로 지난번과 같은 대규모 압류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낮다.

직전 대규모 주택 압류 사태 발생은 경기 대침체로 대규모 실직 사태가 발생한데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대출 비율로 주택 순자산 비율은 매우 낮았던 것이 원인이었다.

주택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자 이를 버티지 못한 주택 보유자들이 대거 압류 절차를 통해 주택을 처분하며 전국적인 대규모 압류 사태로 번졌다.

플레밍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직전 압류 사태의 피해 규모가 워낙에 컸기 때문에 그동안 주택 구입자들이 동일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라며 “주택 가격 하락에 대비한 충분한 주택 순자산 비율을 갖춘 주택 보유자 비율이 과거에 비해 높다”라고 설명했다.

과거보다 높아진 주택 순자산 비율 외에도 최근 주택 보유자들은 경기 침체 발생에 대항할 ‘무기’를 하나 더 갖추고 있다.

직전 주택 시장 침체 발생 시 변동 이자율로 모기지 대출을 받은 주택 보유자들이 이자율 상승과 함께 일시에 무너졌던 것과 달리 최근 주택 보유자 중에는 사상 최저 수준의 이자율이 적용된 30년 고정 대출을 받은 보유자가 대부분이다.

비교적 높은 이자율로 대출을 받았더라도 재융자를 통해 더 낮은 이자율로 갈아탄 주택 보유자들이 많아 주택 가격 하락에도 견딜 수 있는 ‘체력’이 충분히 쌓였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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