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검찰총장 윤석열 파격 지명… 야 “적폐수사 계속하나”

2019-06-18 (화) 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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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 “개혁 적임자”… 청문회 쟁점은 65억원 재산형성·검찰 개혁

▶ 법조계 “검찰 독립성·중립성 유지·현정권 비리도 수사해야”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적폐 청산 수사를 주도해온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을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낙점했다.

이에 대해 야당은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말까지 적폐 청산을 명분으로 정치 보복을 계속 하겠다는 것이냐”며 반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박상기 법무부장관의 제청을 받고 내달 24일 임기가 끝나는 문무일 검찰총장 후임에 윤 지검장을 지명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발표했다. 고 대변인은 “윤 후보자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탁월한 지도력과 개혁 의지로 국정 농단과 적폐 청산 수사를 성공으로 이끌어 검찰 내부뿐 아니라 국민의 신망을 받았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고 대변인은 이어 “아직 우리 사회에 남은 각종 비리와 부정부패의 뿌리를 뽑고 시대의 사명인 검찰 개혁과 조직 쇄신 과제도 훌륭하게 완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윤 후보자는 박근혜정부 당시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특별수사팀장으로 수사를 지휘하던 2013년 상부 보고 문제로 갈등을 겪다가 직무배제를 거쳐 좌천됐다. 이후 그는 최순실 게이트 수사 때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으로 참여했다. 윤 지검장의 총장 발탁은 적폐 청산 수사에 대한 공로를 인정함과 동시에 검경 수사권 조정을 비롯한 검찰 개혁을 지속적으로 밀어붙이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중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윤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총장으로 임명되면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1988년 이후 31년 만에 고검장을 거치지 않고 총장으로 직행한 첫 사례가 된다. 윤 후보자는 문무일 총장보다 연수원 5기수나 후배로, 고검장 선배들을 제치고 조직 수장이 될 경우 관례에 따라 적지 않은 검찰 간부들이 옷을 벗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 후보자는 충암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대검 중앙수사부 1·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을 역임했다. 윤 후보자는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여러 가지 잘 준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여야는 윤 후보자 지명에 대해 정반대의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는 발언을 한 윤 후보자 지명은 검찰 개혁을 원하는 국민적 요구를 반영한 인사”라면서 “적폐 청산과 국정 농단 수사를 마무리하고 검찰 개혁을 이끌 적임자”라고 긍정 평가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윤 지검장은 야권 인사들을 향한 강압적 수사와 압수수색 등으로 자신이 ‘문재인 사람’ 임을 보여주었다”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성은 날 샌 지 오래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얼마나 더 크고 날카로운 칼이 반정부 단체, 반(反)문재인 인사들에게 휘둘려질 것인가”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가장 전형적인 코드 인사로 독선적 적폐 청산을 지속하겠다는 대통령의 뜻을 가장 잘 받들 인물”이라며 “정치 보복성 행태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의 투영”이라고 비판했다.

윤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선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 검찰 개혁과 적폐 수사에 대한 그의 입장과 재산 형성 과정, 코드 인사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자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과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를 지휘한 인물이기에 한국당 등 야당에선 적폐 청산 수사와 관련해 날 선 질문을 쏟아낼 것으로 예상된다.

윤 후보자의 60억대 재산 증식 과정에 대한 야당의 집중 공세도 예상된다. 정부 공직자윤리위가 지난 3월 공개한 ‘고위공직자 재산 변동 사항’에 따르면 윤 후보자 재산은 65억9,077만원으로 법무·검찰 고위직 간부 중 가장 많다. 윤 후보자의 재산 대부분은 52세 때인 2012년 결혼한 배우자 명의다. 재산의 80%는 예금인데, 배우자 예금이 49억7,200만원이고 본인 예금은 2억1,400만원이다. 윤 후보자 장모의 사기 사건 연루 의혹도 쟁점이 될 수 있다.

지난해 10월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한국당 장제원 의원이 윤 후보자의 장모로부터 30억원의 사기 피해를 보았다는 피해자들의 주장을 소개하며 “장모의 대리인은 구속됐는데 주범인 장모는 처벌 없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면서 ‘배후에 윤 지검장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었다. 당시 윤 후보자는 “몇십억 손해 입은 게 있으면 민사나 형사 고소를 할 텐데 저는 이 사건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고 반박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차기 검찰총장은 검찰 개혁과 관련해 무조건 권력을 추종하기보다는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과거 정권의 적폐뿐 아니라 살아있는 현재 권력의 비리도 철저히 수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관계자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중립성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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