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고 어울리며 살아가야 하는 이민자 삶
2019-06-17 (월)
하은선 기자
‘두 남자와 어울리기’라는 제목에 끌려 49편의 수필 중 13번째 글을 먼저 펼쳤다. 뜻밖의 만남이었다. 두 남자가 남편과 아들이려니 짐작은 했다. 그런데 ‘총’에 관한 이야기일 줄이야. 두 남자가 찾은 공통분모 ‘총’은 저자에게는 이민 초기 생명을 위협하던 도구다. 그래도 사랑하는 두 남자와 함께 즐기는 취미라고 마음을 다독인 저자는 마침내 총을 쏘는 용기를 낸다. 저자가 말한 한국과 미국, 과거와 미래, 현실과 허상, 그리고 내 안의 선과 악을 적당히 내려놓고 어울리며 살아가야 한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다.
수필가 이현숙(사진)씨가 펴낸 세 번째 에세이 ‘두 남자와 어울리기’(Getting Along with Two Men·선우미디어)에는 5장으로 나눈 삶의 추억을 돌아본 디아스포라 문학 수필들에 이어 영어 에세이 4편이 실려있다. 문화가 다른 친지와 친구들에게 한인들이 어떤 정서로 글을 쓰는지 자랑하고 싶어서, 특히 두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담은 영작 작품이라고 한다.
“책의 출간은 제 삶을 문학으로 풀어낸 터닝포인트라는 의미”라고 밝히는 저자는 21년 수필을 공부하고 그 안에 자신의 삶을 녹여왔다. 자칭 ‘수필바라기’다. 버티고 살아온 삶을 담은 ‘사랑으로 채우는 항아리’ , 재혼을 하며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담은 ‘숲에 무지개가 내리다’에 이어 세 번째 에세이 ‘두 남자와 어울리기’를 펴냈다.
저자는 1984년 미국으로 이민 온 후 글을 쓰면서 모국어와 현지어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민하고 애를 태웠다. 그러다가 만난 행복이 다양한 문화체험과 색다른 경험을 통한 무궁무진한 소재의 발견이라고 한다. 이제 나다운 나를 찾아서 다시 펼친 글에 사랑 하는 두 남자가 있고 그들과 어울리려고 용기를 낸 그녀가 있다. 행복은 그렇게 찾는 것이다.
1999년 ‘수필문학’으로 등단한 이현숙씨는 국제 펜 한국본부 미주서부지역위원회 부회장이자 재미수필문학가협회 부회장, ‘미주펜문학’ 편집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1회 ‘해외동포문학상’ 콩트 부문 입상, 미주 PEN문학상, 해외 한국수필문학상에 이어 지난해 국제PEN 한국본부 해외작가상을 수상했다.
이현숙 수필가의 수필집 ‘두 남자와 어울리기’ 출판기념회는 오는 22일 오후 4시 용수산에서 웨스턴 컨트리 스타일로 열린다.
문의 (323)440-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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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