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끝 그리고 새로운 시작

2019-06-08 (토) 12:00:00 유정욱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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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시즌이 되면서 프롬 등 많은 행사들로 다들 즐겁고 분주한 모습들이 보인다. 프리스쿨부터 대학교까지 수많은 졸업은 이제껏 힘겹게 달려왔던 수고와 주마등같은 기억의 흔적들을 후회와 더불어 새로운 미래의 기대로 나가게 하는 인생의 여러 획들 중의 하나이다.
꽃다발에 둘러싸여 한껏 들떠 사진을 찍는 잘 차려입은 졸업생들을 볼 때마다 나는 내 졸업식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딸만 다섯을 두고 일찍이 홀로 되셨던 어머니는 내 졸업식에서 어떤 마음이었을까? 여러 가지 회한과 감정의 희비가 교차하셨을까? 늦깎이 딸내미 졸업식에 화려한 젊은 어머니들 사이로 얌전한 스카프에 흰머리 희끗희끗한 모습으로 멀찌감치 서 계시기만 했던 어머니의 마음이 지금에야 삼삼오오 졸업의 기쁨을 만끽하는 아이들을 보며 느껴본다.
마흔이 넘어 아들을 보시겠다고 낳은 막내딸의 졸업식에 오셨던 어머니였다. 아버지 없이 홀로 자녀들을 키우고 인고의 세월을 견딘 어머니의 심정과 감격은 말하지 않아도 알 듯했다. 여자 홀로 짊어져야만 했던 묵직한 삶의 책임감을 내려놓는 순간이야말로 후련하고 또 스스로에게 칭찬할 만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살아계셨더라면 결코 쉽지 않았던 아들을 졸업시키는 내가 이제서야 느낀 이 마음을 표현해 드렸을 텐데… 후회와 때늦은 감사가 교차하는 순간이 바로 졸업인 듯싶다.
화려한 졸업식에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면 끝냈다는 만족감과 함께 또다시 맞게 될 새로운 시작에 대해 기대만큼이나 두려움도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 어떤 것을 시작했기에 끝이 있는 것처럼 어딘가에 소속되고 늘 무언가 시작해야만 하는 우리는 참으로 가혹한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달리 보면 나태할 수 있는 삶의 현실에 다시금 허리띠를 졸라매게 하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우여곡절 많았던 우리 큰아들도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힘들었던 과거의 일들일랑 졸업과 함께 끝을 맺고 새로운 시작을 향해 힘차게 뚜벅뚜벅 걸어 나가길 원한다. 아들과 더불어 세상의 모든 졸업자들에게 갈채와 함께 보내는 내 부탁이다.

<유정욱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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