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끄러움과 달란트

2019-05-20 (월) 조황주 / 세리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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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나는 부끄럼이 많은 아이였다. 뭐가 그리 창피한지 사람들 앞에만 서면 얼굴이 붉어지곤 했고, 학교에서는 발표도 잘 못했다. 친구들은 종종 “넌 착해서 그래”라고 했지만 부끄럼을 타는 것과 착한 것은 다르다.

대개 우리는 ‘부끄럼이 많은 아이=착한 아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부끄럼이 많은 아이는 활발한 아이보다 사고를 적게 일으키고, 친구들과 잘 싸우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성경에 달란트 비유가 나온다. 5달란트 받은 사람, 2달란트 받은 사람, 1달란트 받은 사람이 있는데 1달란트 받은 사람은 땅에 묻어놨다가 주인에게 야단맞고 내쫓김을 당하는, 우리가 다 아는 내용이다.


혹시 부끄럼 때문에 내가 받은 달란트를 사용하지 못했다면 1달란트 받은 사람과 나는 뭐가 다른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는 ‘1달란트 받은 사람=게으른 사람, 나쁜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부끄럼 때문에 받은 달란트를 사용하지 못한다면 이 역시 똑같이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다.

어릴 때 느끼는 부끄럼은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두려움과 내가 가진 약점의 표현이 대부분이다. 실수나 실패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나의 약점(돈, 성적, 키, 외모 등)이 부끄럼을 유발한다.

그렇다면 이 부끄럼을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을까? 오랜 기간 중고등부 교사를 하면서 느낀 것은 매우 간단하다. 부끄럼 많은 아이를 주변에서 격려해주고 칭찬해주고 관심을 가져주면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두려움과 약점을 이겨내고 부끄럼을 이겨내면서 해결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변한 아이들은 5달란트 받은 사람처럼 교회에서도, 또한 성인으로서도 바르게 일어서게 될 것이다.

<조황주 / 세리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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