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매물 전력’ 모른 채 집 덜컥 사면 후회한다

2019-05-09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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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화나 재배지로 사용된 주택구입 관련 주의사항

▶ 집 안에 전선 많이 설치되어 있으면 의심해봐야, 대마초 재배지로 사용된 주택은 화재위험 높아

의료용 및 기호용 마리화나 합법화를 둘러싼 찬반양론이 여전히 팽팽하다. 마리화나 사용 합법화를 통과시킨 주에서는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주택에서 마리화나를 재배하는 사례가 종종 적발되고 있다. 마리화나 재배지로 사용된 주택이 매물로 나온 뒤 관련 사실이 공개되지 않으면 구입자는 ‘매물의 전력’을 모른 채 주택을 구입하게 된다. 마리화나 재배를 위해 각종 설치가 필요한데 대부분 무허가 공사로 이뤄질 때가 많아 안전 문제가 가장 우려된다. 온라인 부동산 업체 리얼터 닷컴이 마리화나 재배지로 사용된 주택 구입을 피하기 위해 주의할 사항을 소개했다.

■ 가격 낮아 대마초 재배지일 것 상상도 못해

건축업에 종사하는 남편과 부동산 에이전트인 한 부부는 시애틀에서 1시간 거리인 퓨알업 지역에 나온 픽서 어퍼 매물에 큰 관심이 있었다. 1960년대에 지어진 주택 치고는 건평이 크고 주차 공간도 많아 투자가치가 매우 높을 것으로 판단됐다.


압류 매물로 나온 주택은 빈 기간이 꽤 오래돼 거실 천정에서 물이 샌 흔적이 발견되는 등 몇 가지 특이 사항이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격이 낮아 부부는 구입을 망설이지 않았다. 뒷마당에 가득 찬 쓰레기 더미, 음침해 보이는 간이 헛간들, 무성하게 자란 블랙베리 나무 등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2015년 당시 17만 5,000달러에 나온 이 매물의 투자 가치와 남편의 건축업 경력을 굳게 믿고 구입을 진행했다.

■ 과도하게 설치된 전선

첫 번째 수상한 점은 뒷마당에서 발견됐다. 남편과 작업팀이 체인 톱과 잡초 제거기까지 동원해 뒷마당에 무성하게 자란 잡초 더미와 헛간을 제거하던 중 마약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주삿 바늘이 여러 개 발견된 것. 이때부터 남편과 작업팀의 의심은 점점 커져갔고 수상한 점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두 번째로 발견된 점은 집안 곳곳에 전선이 과도하게 많이 설치됐다는 것이다. 특히 1960년대 지어진 주택 치고는 설치된 전선이 불필요하게 많아 보였다. 헛간, 실내 옷장, 차고 등 여러 곳에서 발견된 전선은 알루미늄 포일로 잘 덮여 있었다.

그때까지도 부부는 전선 시설이 대마초 재배를 위한 시설이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했다. 대신 전에 살던 사람이 연중 꽃과 식물을 재배하기 위해 설치한 것으로 이해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마리화나 재배용으로 설치됐음을 보여주는 시설이 또 발견됐다. 남편이 정리 작업을 진행하던 중 대형 ‘전기 도관’(Electrical Conduit)을 발견했고 이곳에서 더 많은 양의 전선이 두 번째 헛간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꽃을 재배하기 위해 이렇게 많은 전선이 필요 없다는 것을 알게됐고 곧 마리화나 재배용이었음을 확인하게 됐다.

■ 불법 배선 제거에 엄청난 비용

마리화나 재배지로 사용된 주택으로 확인된 뒤에도 부부는 투자 가치를 믿고 공사를 밀어붙였다. 주택을 구입했을 당시 워싱턴 주에서는 의료용 마리화나 사용이 합법화된 상황이었고 집이 빈 지 오래돼 마리화나 특유의 냄새나 마리화나를 구입하기 위한 발길도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웃들이 찾아와 마리화나 재배지로 사용된 이야기와 전에 살던 사람들 간 다툼이 심했다는 이야기를 해줘도 부부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러나 투자를 강행하면 할수록 이곳저곳에서 문제점들이 하나둘씩 터져 나왔다.

첫 번째 문제점은 배선과 관련된 시설이었다. 밖에서 보이지 않게 실내에서 마리화나를 재배하려면 엄청난 양의 조명이 필요하고 조명을 위한 충분한 전기 시설이 설치되어야 한다.

불법으로 마리화나를 재배했기 때문에 정식 허가를 받은 업자가 배선 시설을 설치했을 리가 없기 때문에 무허가 공사로 인한 화재 위험 등이 도사리고 있었다.

무허가 설치된 배선 시설을 제거하는 데만 예상치 못한 약 5,000달러의 비용이 소요됐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화학 물질 오염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메탐페타민 제조 흔적은 없었고 마리화나 재배 장소가 주로 마당의 헛간 건물과 차고, 옷장 한 곳에만 집중됐다는 것이었다. 만약 실내에서 마리화나를 재배했다면 과도한 조명으로 인한 열기와 습기로 인해 곰팡이 발생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

■ 과도한 전기 사용료 등이 단서

마리화나뿐만 아니라 불법 마약 제조 장소로 주택이 사용되는 사례가 생각보다 흔하다.

리모델링을 실시할 계획으로 주택 상태와 관계없이 저렴한 가격의 매물을 찾는다면 마리화나 재배지로 사용된 흔적이 있는지 주의해서 살펴야 한다. 벽에 알루미늄 포일이 설치되어 있다면 마리화나 재배에 필요한 전선 시설을 감추기 위한 것으로 의심할 수 있다.

여느 주택과 달리 전선 시설이 과도하게 많이 설치됐거나 필요 이상의 전기 연장 코드, 스테이플러로 벽에 고정된 전선 등이 보여도 마리화나 재배용으로 의심된다.

과거 거주자의 전기 사용료 확인을 통해서도 마리화나 재배지 임을 알 수 있다. 마리화나 재배에 필요한 조명 시설을 가동하려면 일반 주택보다 훨씬 많은 양의 전기가 필요해 전기 사용료가 매우 높다.

마리화나 재배지로 사용된 주택의 가장 큰 문제점은 화재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엄청난 양의 전기를 안전하게 사용하려면 안전시설이 제대로 갖춰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과도한 전류 흐름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하기 쉽다.

부부는 집을 구입하면서 지붕, 마룻바닥, 건물 외벽, 누수 관련 수리비로만 예산을 책정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전기 배선 관련 수리를 하게 되면서 총 공사비로 약 12만 달러를 지출해야 했다. 17만 5,000달러짜리 매물을 구입하면서 공사비로 12만 달러나 지출하는 바람에 당초 기대했던 투자 수익을 달성하는데 실패했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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