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 보고? 엄마가 보고 싶다는 게 아니라 우리가 미국에 살면서 자주 접하는 말들이다. ‘보고’는 하나 사면 한개 더 준다는, 친근한 마케팅 용어 ‘보고’ (BOGO, Buy One Get One)이다.
그러면 ‘마가’는? 성경의 마가복음이 즉각 떠오르겠지만, 바로 요즘 더욱 큰 화제가 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2016년 대선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MAGA, Making America Great Again)’이다.
실리콘 밸리의 탄생지인 이곳 팔로알토 다운타운의 스타벅스에서는 이달 초 ‘마가’ 와 관련한 큰 뉴스거리가 발생했다. 세계적인 조명을 받는 실리콘밸리라 그런지, 이곳에서 발생하는 일들은 종종 전국뉴스로 커지는 경향이 있다.
이민자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캘리포니아, 그 중에서도 실리콘 밸리는 서류미비 이민자에 비교적 관대하고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교육수준이 높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 폭풍 트위터를 통해 막말하길 주저하지 않고, 성적 일탈 의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데다 월남전 병역기피자, 트럼프 대통령을 혐오하는 민주당원들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지역이라, 이곳에서는 공화당 지지자임을 잘 드러내려 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그래서 빨간색 MAGA 모자를 쓴 사람을 공공장소에서 보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사건은 테크 관련 서적을 펴내기도 한 74세의 은퇴자가 정통유대교 남자들이 쓰는 야물카 위에 문제의 빨간색 MAGA 모자를 쓰고 모닝커피를 즐기던 중 발생했다. 무관심한 척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이는 조용히 ‘엄지 척’을 보내고, 또 어떤 이는 곁을 지나면서 작은 소리로 용기 있는 행동이라는 찬사도 보내자, 그도 “트럼프 대통령 지지 모자를 쓰기 위해서는 그렇게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건 아니죠!” 라는 화답을 하곤 했단다.
그런데 46세의 백인여성으로부터 큰 목소리로 “당신은 정신 나간 인종차별 주의자고 나치!’ 라는 모욕을 당하면서 전국적인 뉴스의 초점이 된 것이었다. 졸지에 수모를 당한 그는 마침 그날이 4월의 첫날이라, 이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만우절 해프닝은 아닌지 어리둥절한 순간, 스타벅스의 매니저나 주변 사람들이 가만히 있는 것을 보고 크게 놀랐다고 한다.
그녀가 유대인인 자신을 보고 나치라고 되돌아 와서 까지 큰 소리로 욕하는 것을 거푸 들어야 하는 것은 정말 웃지 못 할 촌극이었을 것이다. 작은 해프닝으로 끝났어야 할 이 소동은 문제의 여성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커피샵 손님들이 아무도 동조해 주지 않아 통탄했다는 것을 그 남성의 사진과 함께 올리면서 일파만파 퍼져 나갔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 담벼락에 입에 담지 못할 욕설 등을 올려 그녀를 공박했고, 기타 제조 회사는 어카운팅을 담당하던 그녀를 해고했다.
피해자는 자신을 공개적으로 모욕했던 사람이 오히려 파괴당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이며 미국사회가 얼마나 분열되어 있는지 새삼 알게 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가 직장까지 잃는 일은 예상하지도, 원치도 않는다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다.
가해 여성은 예상외의 사태로 놀라고 심란한 마음도 다스릴 겸 1,400Km 북쪽의 시애틀로 친구를 만나러 갔다 돌아오던 중, 약 3일간 종적이 확인되지 않아 실종신고까지 접수되었다. 대대적인 수색 끝에 여성은 안전하게 발견되었다. 본인도 이렇게 파장이 크게 번지는 것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심적인 동요가 크게 일어 전화기도 꺼놓고 주변 사람들과 연락도 끊었던 모양이다.
나 역시 17년 전 이민온 후 영주권을 받고 또 곧 시민권을 받게 되기까지 많은 이들처럼 가슴을 졸이며 관문을 통과했다. 때문에 합리적인 국경관리에 기반한 이민정책을 펴고, 중국과의 천문학적인 무역적자 해결과 북핵 위기를 다루기 위해 소매를 걷고 나선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고 그의 슬로건 ‘마가’를 수긍하는 편이다.
표현의 자유가 기본권으로 보장된 자유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에서 대명천지에 다른 이의 수동적인 정치적 성향 표현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며, 유대인인 줄도 모르고 ‘인종차별주의자, 나치’ 라며 황당한 모욕을 준 이번 사건을 보며 사람들은 아직도 개명되어야 할 여지가 많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의 그런 생각은 지나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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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환 실리콘밸리 부동산업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