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트르담 성당의 추억

2019-04-18 (목) 박연실 / 풀러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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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상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에 불길이 치솟았다. 수백년 지켜온 역사가 채 한 시간도 안 되어 천장이 무너져 내리고 시커먼 연기가 세느 강변을 메웠다. 성당의 우뚝 솟은 첨탑이 쓰러질 때 내 가슴에서 “쿵”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마치 내가 살았던 옛집이, 언제나 그 자리에 있으려니 하고 잊고 있던 정든 집이 불에 타버린 것처럼 안타깝다.

노트르담 성당은 파리 중심을 흐르는 세느 강의 시테섬에 있다. 주변에 많은 아름다운 건축물중에서도 단연 으뜸인 이 성당의 입구에는 수많은 조각상들이 있다. 돌로 만들어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어찌 그리 부드러운 선으로 표현됐는지 그 섬세함이 놀랍다. 또 해질녘의 장미문양의 스테인드글라스에는 인간이 만든 조형물에 자연의 빛이 더하여진다.

성당 중앙에는 파이프 오르간이 있다. 종교의 유무와 상관없이 그 신비로운 소리는 인간을 겸손하게 만든다. 어느 날 나는 그 앞을 지나다 오르간 소리에 이끌려 살그머니 뒷자리에 앉아 연주회를 즐겼다. 그 후로는 종종 오르간 소리를 들으러 가서 천상의 세계를 다녀오곤 했다. 오늘 라디오에서 노트르담 성당의 오르간 연주곡을 방송한다. 그들을 위한 위로곡이리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노트르담 성당을 재건할 것이라고 발표했고 하루가 지나지 않아 유수 기업체들의 도네이션이 시작되었다. 우리가 숭례문이 불에 탔을 때 기와 한장, 돌 하나 힘을 모아 쌓으려던 마음과 비슷할 것이다.

‘노트르담의 꼽추’에서 에스메랄다를 짝사랑한 콰지모도의 종소리가 다시 울리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 내가 그때 그 자리에 있게 될지는 모르지만.

<박연실 / 풀러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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