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마존과 워싱턴 포스트

2019-04-17 (수)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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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과 워싱턴 포스트

남선우 변호사

세상에서 가장 큰 부자는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다. 그의 아마존 소유주만 해도 1,070억달러로 평가되는 바 그가 소유하고 있는 다른 재산들 중에는 그가 2013년에 2억5,000만달러를 지불하고 구입한 워싱턴 포스트 지가 있다.

외할아버지 시절부터 워싱턴 포스트의 사주 집안이었던 발행인 도널드 그래함에게서 포스트를 일시불로 사면서 베조스는 자신과 가까운 인터넷 매체 폴리티코의 창업자를 발행인 겸 CEO로 임명한 것 말고 편집과 논설의 모든 진용을 하나도 바꾸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포스트는 아마존이나 베조스에 관한 기사가 실릴 때마다(베조스가 워싱턴 포스트를 소유한다)라는 사실을 괄호 안에 밝힌다.

베조스의 이미지에 손상이 되는 기사들도 포스트에 실린다. 예를 들면 세상에서 가장 비싼 이혼이라는 베조스와 그의 부인이었던 맥켄지 여사가 파경을 겪게 된 것이 베조스와 어느 TV앵커와의 불륜사건 때문이었음도 포스트는 있는 그대로 보도했다.


한국 대신문들의 사주들에 대한 보도태도와 사뭇 대조가 된다. J 일보의 발행인이 이회창 대통령 후보 측에 자동차 트렁크에 가득한 현찰을 전달한 사건도 그 신문은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D 일보의 발행인이 탈세범으로 옥고를 치르고 있었던 데다가 평소부터 그의 음주벽으로 크게 고통을 당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부인이 자기 동생 고층아파트에서 투신자살을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C 일보 사주집안의 방계사장이 장자연 여배우의 성상납 사건에 관계가 있었다는 혐의도 그 신문은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

베조스와 아마존에 대한 포스트의 가장 최근 기사는 며칠 전에 실렸다. “아마존 본사가 있는 도시에서 (그) 소매업체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하늘의 경제적 선물로 보는가 하면 다른 사람들은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거수(巨獸)로 본다”라는 기사제목과 부제가 그 기사내용을 요약한다.

2010년에 아마존이 시애틀에 본사를 두게 된 이래 72만5,000명의 인구를 가진 그 도시에 4만5,000개의 직장을 창출했다는 것은 그만큼 그 도시에 세금기초를 늘리고 경제를 활성화시켰다는 평가다.

그러나 아마존의 현 사옥 말고도 4개의 고층건물과 낮은 층의 건물 하나를 증축할 그 회사가 시애틀 시의 가장 큰 고용주와 납세근원이 된 이면에는 도심의 기존 흑인지역에 미치는 부작용이 수반된다. 시애틀 중심지역의 흑인인구가 2010년 전체의 21%였던 것이 현재 15%로 격감된 것이다.

평균 연봉 15만달러짜리 아마존 직원들의 진입이 부근의 주거비를 껑충 높이게 된 결과로 잘해야 연수입 4만달러 미만인 일반시민들이 어려서부터 살던 지역에 계속 머물기 어렵게 만들어 점점 도심지에서 먼 곳으로 이사갈 수밖에 없는 소위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초래했다는 결론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도시 지역에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몰려들면 시정부로서는 세금 근원이 넓어져 환영하고 이들의 집을 신축하거나 개축하는 건축업자들은 비즈니스가 잘 되어 좋지만 그 지역의 아파트 렌트가 껑충 뛰어 가난한 사람들은 결국은 멀리 싼 곳으로 이사해야 되거나 심지어 홈리스까지 되는 현상을 통틀어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표현한다.


결국은 부익부 빈익빈의 현상을 말한다. 미국에서 빈부 격차가 가장 심한 곳 세 군데는 샌프란시스코, 산호세 그리고 시애틀 순이란다.

워싱턴 DC만 하더라도 할아버지대로부터 북동부와 남동부에 침실 서너개의 단독주택이나 연립주택에 살던 흑인들이 젊은 여피들의 인근지역 주택구입 탓에 재산세 상승으로 집을 팔고 떠난 경우가 많다.

또는 실직이나 지병으로 재산세마저 낼 수 없어 차압이나 파산을 거쳐 홈리스가 되는 비극이 발생하기 때문에 가난의 대물림이 계속된다.

아마존 제2의 본사가 알링턴에 온다는 것을 주정부와 시정부, 그리고 유관업체들은 크게 환영하지만 그 인근지역의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반드시 긍정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분석은 뉴욕시의 아마존 제 2본사 영입 번복에서도 분명히 볼 수 있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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