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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급 한국 서예… 중국 현대미술을 만난다

2019-04-15 (월)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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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CMA 기획전 3제, 명필 창암 작품 등 선봬… 고려 목판술·조선 금속활자 조명도

▶ 1980년대 중국 휩쓴 물질주의 영향은 아이 웨이웨이 등 21명 작품으로 고찰

LA카운티뮤지엄이 주목할 만한 기획전 시리즈로 올 여름 전시 나들이를 하게 한다.
오는 5월12일 LACMA 소장전 ‘선과 선 사이: 타이포그래피’가 개막하고 6월2일 중국현대미술전 ‘물질의 매력’, 그리고 6월16일 대규모 한국 서예전 ‘선을 넘어서: 한국 글씨 예술’이 관람객들의 발길을 머물게 할 예정이다. 타이포그래피 소장전은 미적 가치를 위해 글자를 이용한 디자인 작품들을 전시하고 중국현대미술전은 1980년대 중국 사회 전반에 개방이 이루어지면서 찾아온 물질주의를 고찰한 중국 작가 21명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다.

특히 아시아권을 벗어나 처음으로 열리는 한국 서예전은 고려의 뛰어난 목판술과 조선의 금속활자 등 모든 인쇄술의 발명에서 서양을 앞질렀던 한국의 인쇄술에 주목한 전시다.

한국 서예전 ‘선을 넘어서: 한국 글씨 예술’ (Beyond Line: The Art of Korean Writing)


미 서부 최대 규모의 미술관인 LA카운티뮤지엄(LACMA)가 오는 6월 대규모 한국 서예전을 개최한다. 한국 서예의 총합을 보여주는 기획전으로 LACMA가 국립예술기금(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과 현대자동차 아트랩의 지원을 받아 시행한 ‘현대 프로젝트: LACMA의 한국 미술 장학금 사업’의 일환이다.

서예전 ‘선을 넘어서: 한국 글씨 예술’(Beyond Line: The Art of Korean Writing)은 전서부터 현대 글씨까지 망라하고 있는데 동아시아 미술에 조예가 깊은 스티븐 리틀 LACMA 큐레이터가 서예 전시를 제안, 4년간 조사 연구 끝에 마련됐다.

오는 6월16일 레스낙 파빌리언에서 개막해 9월29일까지 열리는 LACMA 한국 서예전은 아시아 밖에서는 처음으로 열리는 대규모 기획전이다. 2,000년에 걸쳐 한국 역사 속 한자에서 한글, 그리고 왕과 학자, 화가, 승려, 노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회계층에서 나온 작품들을 전시한다. 특히 고려시대 목판술(918~1392)과 조선시대 금속활자(1392~1897)를 조명하며 인쇄술의 발명을 통해 본 한국의 기술 혁신을 고찰한다. 조선 후기 3대 명필로 꼽히는 창암 이삼만 선생의 작품을 비롯해 서예가 김종원, 동양화가 서세옥, 시각디자이너 안상수 등이 참여한다.

여간해서 한국 밖으로 나오지 않는 국보급 작품들을 LACMA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로, 한국 서예전 참여작가 및 작품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추후 발표될 예정이다.

중국 현대미술전 ‘물질의 매력’ (The Allure of Matter: Material Art from China)

1980년대 이후 중국사회는 개방의 물결로 인해 물질적으로는 이전보다 풍족해졌지만 개인주의와 물질주의, 치열한 경쟁, 신빈곤층의 대두 등 혼란이 찾아왔다. 1979~90년대 미술그룹 ‘싱싱사회’ 등장, 1985년 ‘신사조 운동’에 이어 89년 이후 중국 현대미술은 ‘차이니즈 팝’으로 불린 냉소적 리얼리즘이 대거 등장했다.

위에민준, 왕광이 등이 대표 작가로 이들은 청년기에 문화대혁명, 천안문 사태를 경험한 세대들이다. 관념주의와 이상중의에 회의적이고 반체제, 반정부 성격을 띄며 물질만능주의의 상업적 요소까지 작품에 포함시켰고 이들의 냉소성, 허무성 같은 표현적 요소가 중국 미술의 한 스타일을 형성했다.


LACMA가 오는 6월2일 BCAM 2층 전시실에서 개막해 2020년 1월5일까지 전시하는 중국현대미술전 ‘물질의 매력’은 1980년대 이후 물질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했던 중국 현대미술가들을 소개한다. 특히 비전통적, 자연적, 합성적 재료를 활용한 다양한 미디어 작업이 40여 년간 이어진 아티스트들의 창작 인생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 참여작가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1위로 꼽히는 중국의 건축가이자 설치미술가 아이 웨이웨이(Ai Weiwei) ▲화약이라는 소재를 작품에 도입해 설치 작품을 제작하는 ‘폭발 이벤트’ 시리즈 작가 차이 궈 치앙(Cai Guo-Qiang) ▲ ‘호흡, 텐안문 광장’과 ‘호흡, 호하이’ 등 퍼포먼스 사진 작품으로 알려진 송 동(Song Dong) ▲문자와 유사한 것들로 만든 가짜 문자 ‘천서’와 중국의 서예 예술과 서양의 영어 알파벳을 결합해 만든 새로운 문자언어 ‘스퀘어 워드 캘리그래피’로 유명한 쉬빙(Xu Bing) ▲ ‘수트케이스에 넣은 도시’ 등 포터블 시티 시리즈로 주목을 받은 중국여성작가 인시우전(Yin Xiuzhen) 등 21명이다.

LACMA가 처음 공개하는 ‘물질의 매력’ 기획전은 시카고 대학 스마트 뮤지엄 오브 아트, 시애틀 아트 뮤지엄(SAM), 피바디 에섹스 뮤지엄에서 순회 전시를 갖는다.

LACMA 컬렉션 ‘선과 선 사이: 타이포그래피’ (Between the Lines: Typography in LACMA’s Collection)

오는 5월12일 아만손 빌딩 2층 전시실에서 개막하는 LACMA 소장전 ‘선과 선 사이: LACMA 컬렉션으로 보는 타이포그래피’(Between the Lines: Typography in LACMA’s Collection)은 미적 가치를 지닌 글자를 이용한 디자인 작품들이 전시된다.

타이포그래피는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으로 꼽힌다. 그래픽 디자인 작업에서 글자 타입을 선택, 구성, 배치하는 것은 관객이 텍스트를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세기부터 21세기에 이르기까지 디자이너들은 글자의 간격과 형태에 대한 결정을 통해 시간의 흐름과 분위기를 파악했고 타이포그래피를 사용해 페이지의 단어를 재구성했다. 타이포그래피는 활자와 그 조판, 인쇄술에 관한 것만을 지칭했으나 현대에 들어와서는 문자의 서체와 디자인, 조판방식, 인쇄방식 등과 그에 따른 인쇄물의 조형성, 가독성, 독이성 등에 관한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다.

LACMA의 그래픽 디자인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2014년 이후 기증받은 LACMA 컬렉션들 중 30점 이상의 포스터와 간행물을 전시해 20세기 중반부터 현재까지 인쇄술에 대한 접근 범위를 보여준다. 이번 기획전은 찰스 앤 레이 언스, 에이프릴 그레이먼, 코리타 켄트, 타케노부 이가라시, 폴 랜드, 마시모 비넬리, 볼프강 바인가트 등 국제적 명성이 있는 아티스트들의 작업들이 장식한다.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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