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상공간에도 예의가 있다

2019-03-22 (금) 김민정 / 수필가
작게 크게
몇 년 전 ‘까꿍’으로 아름답게 들리던 소리만 들어도 즐거워하던 때가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까꿍’이 아니라 ‘카톡’이었다. 이 공간에서 좋은 글과 영상을 공유하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해 최근 터져 나오고 있는 너무나도 씁쓸한 소식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단톡방에 올리지 말아야 할 것들을 올려 사단이 난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상공간에서도 예의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더욱 조심해야 한다. 자기들만의 비밀 공간이라 여기며 절제하지 못한다면 이번 스캔들에서 보듯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수 있다. 절대로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 가상의 공간이 이렇게 무서운 공간으로 변했다. 이번 연예인 사건에서 보듯 한 순간에 했던 행동이 인생을 파멸로 몰고 갈 수 있다.

이런저런 한인들 모임에 가보면 수시로 울려대는 카톡이 스트레스를 주기도 한다. 예의 있게 잘 사용하면 첨단의 선물이지만 잘못 사용하면 민폐 덩어리 기계가 된다.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지만 그만큼 공해와 민폐도 뒤따른다. 무조건 아무거나 마구잡이로 퍼다 올리는 일은 삼가 해야 할 것이다.

좋은 글은 사람의 마음에 감동과 희망을 선사하고 여운을 남기지만, 그 반대일 때는 상처를 내는 큰 무기가 된다. 이 순간에도 ‘카톡’은 여전히 울리고 있다.

<김민정 / 수필가>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