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일상의 행복

2019-03-05 (화) 최수잔 / 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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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엔 아침마다 열심히 일기예보를 본다. 눈이 오거나 유난히 궂은 날씨의 길 상태를 알려주는 방송에 채널을 맞춘다. 얼마 전 주말 남편이 차고 앞 얼음 위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오른쪽 팔목에 금이 갔다. 갑작스런 일이라 퉁퉁 부어오르는 팔을 안고 어쩔 줄 몰라 하다 종합병원 응급실로 달려가 응급조치를 하고 깁스를 하고 왔다. 약으로 진통을 하면서 의사를 만나러 매주 병원에 다닌다.

갈 때마다 병원에는 왜 그리 부상자가 많은지… 붕대로 왼 팔 전체를 휘감은 사람, 절뚝거리며 지팡이로 걷는 사람, 휠체어를 탄 사람 등 세상 모두가 부상자인 것 같다. 다른 세계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다. 모르던 세상을 보면서 아직까지 다치지 않고 하루를 지내게 해 주셨던 하나님께 저절로 감사하게 된다.

갑자기 모든 사소한 일들이 굉장하게 보인다. 숟갈을 들고 식사하는 일, 세수하는 일, 샤워하며 옷 갈아입는 일, 글씨 쓰는 일, 눈 치우는 일, 운전하는 일 등등. 생각해 보면 몸의 내부는 말할 것도 없고 머리, 눈 코, 입, 귀, 손, 다리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그걸 당연하게 사용하고 산다는 게 얼마나 축복이었는지 지금처럼 다치고 나서야 깨닫게 된다.

세상에 태어나서 부귀영화 누리며 사는 것보다 평범하게 고통 없이 지낼 수 있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걸 다시 깨닫는다. 건강해서 걸을 수 있는 다리와 온전한 정신이 있을 때 힘차게 걸으며 가족과 친구와 이웃의 사람들을 진실 된 마음으로 보듬고 받아들이고 사랑하면서 주신 나날을 감사하며 살 때 행복은 미소 지으며 다가올 것이라 믿는다.

<최수잔 / 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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