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은행 최고재무책임자 7명 중 4명 ‘비한인’

2019-03-04 (월) 12:00:00 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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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은행 CFO 등 타인종이 과반 넘어

▶ “한인 차세대 금융 리더 육성해야”지적

한인은행 최고재무책임자 7명 중 4명 ‘비한인’

뱅크오브호프 알렉스 고 CFO /한미은행 로몰로 샌타로사 CFO /퍼시픽 시티 뱅크 티모시 장 CFO/ CBB 은행 롱 후엔 CFO

한인은행 최고재무책임자 7명 중 4명 ‘비한인’

오픈뱅크 크리스틴 오 CFO /US 메트로 은행 랄프 위타 CFO /유니티 은행 제시카 리 CFO


한인 은행권에서 재무 전반을 책임지는 핵심 보직인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비한인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현재 남가주에 본점을 둔 7개 한인은행 중 비한인 CFO가 포진하고 있는 은행은 4개로 과반을 넘었다. 한인은행 중 자산규모 2위로 나스닥 상장은행인 한미은행은 로몰로 샌타로사 수석전무가 CFO를 맡고 있다. 샌타로사 CFO는 또 한인은행 CFO 중 유일하게 직급도 수석전무(SEVP)인 반면 나머지 CFO는 모두 전무(EVP) 급이다.

자산 규모 4위의 CBB 은행은 베트남계인 롱 후안 CFO가 지난달 26일 임명됐다. CBB 은행의 경우 마이클 맥콜, 더글라스 고다드(대행), J 덩컨 스미스에 이어 롱 후안 등 비한인이 4번 연속 CFO 자리를 맡고 있다.


자산규모 6위 US 메트로 은행은 랄프 위타 CFO, 자산규모 7위 유니티 은행은 중국계인 제시카 리가 CFO로 각각 근무하고 있다.

반면 한인이 CFO를 맡고 있는 은행은 자산규모 1위 뱅크 오브 호프의 알렉스 고 CFO, 자산규모 3위 퍼시픽 시티 뱅크의 티모시 장 CFO, 자산규모 5위 오픈뱅크의 크리스틴 오 CFO 등 3개 은행뿐이다.

은행 CFO는 분기·연도별 실적 등 통상적인 재무 관련 업무뿐 아니라 전략 수립, 리스크 관리 등에도 관여하는 중요한 자리다. 뿐만 아니라 인수합병(M&A), 투자자 관계(IR), 기업공개(IPO) 등의 분야에서도 행장을 도와 핵심 역할을 한다.

실제로 지난해 IPO를 통해 나스닥에 상장된 퍼시픽 시티 뱅크와 오픈뱅크의 경우 티모시 장 CFO와 크리스틴 오 CFO가 각각 핵심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이 상장될 경우 연방증권거래위원회(SEC)와 연방·주 감독국에 제출하는 준법(compliance)과 주식 관련 서류는 비상장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아진다. 특히 상장은행 CFO는 감독국과 연방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관계 및 회계 규정과 각종 준수 사항 등을 경험·숙지·이해해야 하고 기관투자자와 감사 기능을 하는 월가 애널리스트들과의 커뮤니케이션 기술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한인 은행 관계자들은 최근 비한인 CFO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 전략적인 차세대 한인 CFO 육성 부족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은행의 자산규모 등 몸집이 커지면서 CFO에 요구되는 책임은 커지지만 정작 CFO를 맡을 차세대 한인 금융권 리더들의 육성은 이사진과 경영진이 등한시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현재 비한인 CFO를 채용하고 있는 한인은행들의 경우 이전에는 모두 한인 CFO가 근무했었다. 또한 지난 2010년부터 9년간 각각 근무해온 티모시 장과 크리스틴 오 CFO를 제외하면 대다수 CFO는 최근 2~3년 사이에 새로 임명됐다. 롱 후엔 CFO가 지난달, 제시카 리 CFO가 2018년 6월, 알렉스 고 CFO가 지난 2017년 5월, 랄프 위타 CFO가 2017년 1월, 임명됐다.

한 한인은행 행장은 “자격을 갖춘 한인이 의사소통이나 조직 문화, 한인 정서 이해 등에서 유리한 점이 있지만 한인 인재를 찾기 힘들어 결국 외부에서 비한인 CFO를 영입할 수밖에 없었다”며 “앞으로 CFO 밑에서 일하는 유능한 한인 인재들을 차세대 재목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인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에도 1.5세나 2세 한인들의 유입이 많은 만큼 능력을 갖춘 후보들을 선정,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기회를 주는 등 차세대 리더로 전략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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