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 세미나 가진 연세대 신대원 정재현 교수
▶ 종교철학은 성경과 현실 연결하는 인문학, “교회, 세상으로 나가 복음전파 고민해야”
연세대 신대원 정재현 교수는 상식을 갖춘 교회와 목회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교면 종교이고, 철학이면 철학이지, 종교철학은 무엇이냐? 신학이면 충분하지 철학이 왜 필요하냐? 이런 질문들을 하십니다. 한마디로 설명하면 ‘신학적 종교철학’입니다. 교회와 신학이 승승장구 했으면 무시했을 수도 있죠. 하지만 교회에 대한 무관심이 급증하는 시대입니다. 신학과 인문학이 교회와 세상을 잇는 다리가 될 수 있습니다.”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정재현 교수는 종교철학 전공 주임교수를 맡고 있다.
4년 전 종교철학 전공을 개설하자 학생들이 몰려 61명에 달하고 있다. 대학원에서 이처럼 학생이 몰리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젊은 신학생들이 그만큼 고민하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기독교 언어를 신학과 교회 밖으로 끌고 나가 설득력 있는 언어로 재구성해야 합니다. 신학을 원재료로 삼아 일상에서 소통 가능한 언어로 만드는 거죠. 종교언어의 일상화입니다. 여기에 인문학적 도구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정 교수는 지난 12일과 14일 열린 월드미션대학교 개교 30주년 기념 ‘신학과 인문학’ 세미나를 진행했다. 인문학 강의로 인기를 끌고 있는 유튜브 채널 ‘플라톤 아카데미’에서도 그의 강의는 적지 않은 시청자를 모으고 있다. 이번 세미나에서 정 교수가 내건 주제는 ‘고통에 대한 오해와 대안: 인문학적 성찰을 통하여’와 ‘무엇을 믿는가?: 신앙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었다.
“인문학은 성경과 현실을 연결하는 가능한 대안이기도 합니다. 인문학이란 단어가 삶의 결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어요. 성경을 삶의 결에 맞춰 가는 과정이 필요해요. 더 이상 일방적인 주입식 교회 생활은 통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기독교를 보면서 ‘내 현실에 의미가 없어 보인다’고 생각해요. 주일에 차라리 골프나 치러 간다는 거죠.”
성경을 읽어도 내용을 먹고 소화하면서 성경적 의미가 착지하는 과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정 교수는 지적했다. 그러기 위해서 사람들을 교회로 끌어들이는 게 아니라 교회가 세상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들과 코드를 맞추고 성경을 어떻게 전할까 고민해야 합니다. 교회는 세상과 ‘소통 불가’의 문제를 안고 있어요. 사람들은 교회에서 쓰는 언어를 도통 알아 들을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단어의 문제만이 아니죠. 이해가 안되니 관심을 가질 것도 없게 되는 것입니다. 교회를 등지는 현상의 근본적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정 교수는 영성에 대한 오해가 교회와 목회자를 상당 부분 다른 길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인간의 지성, 감정, 의지라는 전체적 시각이 아니라 신비적 뉘앙스로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영성이란 말은 사실 ‘전인성’(全人性)을 의미합니다. 지성의 정통주의, 감정의 경건주의, 의지를 강조한 자유주의, 오늘날 신정통주의에 이르기까지 모두 한 부분에 치우쳤습니다. 하지만 영성도 지·정·의에 육신을 더한 전인성을 강조해야 합니다. 가령 지성과 영성은 서로 대립하는 떨어진 부분들이 아닙니다. 지성과 감정, 의지와 육신 모두를 감싸는 ‘전인’이 하나님의 창조물입니다.”
영성은 하나님과 전인적 관계를 맺은 삶이라고 정 교수는 강조했다. 믿음은 삶의 표현에 그치는 게 아니라 삶 자체라는 것이다. 사회, 문화, 경제 등 모든 삶이 영성의 현장이 된다는 이야기다.
“영성 회복의 참의미는 전인적 신앙의 회복입니다. 전인성을 회복하고 믿음이 일상적 삶의 전반적 영역으로 뻗어가는 차원이 돼야 합니다. 영성은 전인성이고 일상성입니다. 결국 상식이 영성의 토대를 이룹니다. 우선 상식적인 교회, 상식적인 목회자가 돼야 합니다. 돌이켜 보면 초대교회의 교부들이 추구하던 것이죠.”
지성과 감정, 의지와 육신, 전인적 차원에서 일상적 삶의 모든 영역을 통해 하나님과 제대로 관계를 맺어가는 게 영성이라는 설명이다. 성경 지식과 실천 따로, 믿음과 비즈니스 따로, 교회와 세상 따로, 성령과 몸 따로, 이런 영성이나 신앙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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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원 종교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