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력과 운

2019-02-13 (수) 정윤희 /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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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을 하던 남편의 사업이 부도가 나는 바람에 원치 않게 식당을 오픈하게 됐다. 그때가 1998년 IMF때였다. 다들 힘들어서 하던 것도 접는다고 난리인데 이 집은 왜 이렇게 인테리어에 돈을 들이냐면서 수군댔다.

내 식당 창업비용은 집문서를 손에 쥐고 어린 아들을 등에 업은 채로 은행에서 빼온 대출금이었다. 그러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막상 오픈을 하고 보니 걱정과는 달리 손님들이 영업시간 내내 내 집 음식을 먹고자 줄을 섰다. 한 달, 두 달이 지나도 마찬가지였다.

하루도 어김없이 남들 다 자는 시간에 새벽 장을 보고, 그 동네에서 제일 먼저 가게 문을 열고 손님 맞을 준비를 했다. 난 그 자리에서 20년간 식당을 운영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경기를 들먹이며 장사가 안 된다고들 한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경기가 나쁠 때도 되는 집은 되고, 경기가 좋을 때도 안 되는 집은 안 된다. 물론 노력은 기본이 돼야 하지만 열심히 땀만 흘린다고 해서 사업이 번창하는 것도 아니다. 난 그걸 운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의 힘으로 그 운을 좌지우지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 운을 내편으로 만들고자 한다면 하늘의 마음을 움직여야 된다고 생각한다. 누가 알던, 모르던 내 자신에게 정직하고, 어떤 상황에 맞닥뜨릴지라도 절실하게 최선을 다해야 된다. 그러고 나서 결과는 하늘에다 맡기는 것이다.

머리 좋은 사람은 노력하는 사람을 못 이기고, 노력하는 사람은 운 좋은 사람을 못 이긴다고 한다. 세상을 살면서 노력은 기본이다. 거기에 하늘까지도 내편이 되어준다면 노력과 투자한 이상의 최고의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정윤희 /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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