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뭐 길래
2019-02-05 (화) 12:00:00
정윤희 / 주부
아버지는 북에 부모 형제를 두고 온 실향민이었다. 그러니 어린 나이에 부모 없이 혼자 헤쳐 나가야 되는 세월이 오죽했겠나 싶다. 그 세월을 모질게 견딘 아버지는 참 강인했고 가족애가 남달랐다. 긴 방학이 끝나갈 무렵엔 무서운 아버지의 눈을 피해 밀린 일기를 쓰느라 친구 집을 전전하기도 했다.
가정에 최선을 다한 아버지는 가끔씩 술이 한잔 들어가면 “너희들 때문에 산다”는 소릴 했다. 나도 아이를 키우고 가정을 꾸리며 살다 보니 이젠 그 말씀이 이해가 간다. 부모가 비끗 잘못 생각하면 자식의 앞길을 망칠 수 있고, 쉽게 깨질 수 있기에 가정을 지키고자 많은 것을 절제하며 노력하신다는 뜻일 게다.
지난 해 숙명여고 교무부장 직위를 이용해 그 학교에 재학 중인 쌍둥이 딸들에게 문제를 유출한 아버지가 한국 뉴스에 계속 오르내렸다. 딸들이 치러야 될 시험문제와 정답을 뻔히 보면서 유혹을 물리치지 못했을 것이다. 부모로서 자식의 좋은 성적을 바라는 간절함이야 누가 뭐라 하겠나.
하지만 적어도 교육자로서 양심과 직업윤리만은 지켰어야 했다. 다른 학생들에게 돌아가야 할 것을 가로채는 부정만은 저지르지 말았어야 했다. 절제하지 못한 대가를 치른 것이다.
자식을 키우는 입장이라면 가르침과 사랑에 원칙과 가치관, 주관이 뚜렷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강한 부모, 아름다운 부모이다. 올바름과 원칙 없이 쏟는 애정은 오히려 자녀들을 망치게 된다.
<
정윤희 / 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