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무나 되어라”

2019-01-19 (토) 12:00:00 김유진 카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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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혹은 당신의 자녀가 누군가에게 ‘아무나 되라’는 말을 듣는다면 어떻겠는가? 한 예능프로에서 이효리씨는 지나가던 아이에게 “뭘 훌륭한 사람이 돼? 아무나 돼”라 말했다. 누군가는 이미 톱스타인 이효리씨가 할 말은 아니라며 거부감을 드러냈고, 또 누군가는 의미있는 발언이었다며 열광했다.

그렇다면 당신의 반응은? 시대가 많이 변했다지만 여전히 한국 부모 10명 중 6명은 자녀가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이 되길 원한다고 한다.

아이들의 꿈도 원대하다. 유명한 운동선수나 연예인이 되고 싶어하거나 안정적인 교사 혹은 사회에서 인정받는 의사나 변호사가 되고 싶어한다. 의사도 보통 의사는 우습다.
병원장쯤은 되어야 하고, 운동선수도 연봉 몇십억은 기본이요 금메달 하나쯤은 애교다.
청년들에겐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는 교사도 아이들에겐 소박한 꿈이다. 간혹 “저는 엄마가 아빠보다 더 좋아하는 택배아저씨가 될래요!”라는 아이들이 있다. 아마도 그 부모는 아이가 아직 너무 어리다며 멋쩍게 웃어넘기거나, 쟤가 정말 뭐가 되려나 걱정이 앞설 것이다.


꿈은 아이들의 특권이다. 꿈을 꾸는데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어떤 크고 원대한 꿈을 꾸든 심지어 수퍼맨이 되겠다 한들 그게 무슨 상관이랴.

클라크 박사가 말하지 않았던가, “소년들이여, 야망을 가져라!” 그러나 부모는 ‘그래 뭐든 열심히 꿈을 꿔보아라’라고 말하면서도 내 아이의 꿈에는 참견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그 꿈이 부모 마음에 탐탁지 않은 것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아이들의 꿈에 참견하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크고 원대한 꿈이 당신의 아이를 움직이는 큰 원동력이 되어줄 수도 있지만, 때론 역으로 좌절의 길로 이끌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훌륭한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가? 어느 정도 이상의 연봉을 받고 모두가 우러러보는 정도의 사회적 지위에 오른 사람? 1등, 가장 유명한, 사회에서 인정받는, 안정적인 누군가가 되겠다는 꿈은 자녀를 실패자로 이끌 수 있다.

의사를 꿈꾸던 아이가 의사가 되었지만 나보다 잘난 의사가 얼마나 많은데, 라며 좌절하고, 꿈에 그리던 운동선수가 되었으나 난 유명하지도 않은데, 라며 절망하는 실패자. 아이는 ‘훌륭한’이란 수식어에 매여 자신의 성공한 삶을 보지도 누리지도 못한 채 ‘실패한’이란 수식어를 달고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모두가 의사나 변호사 혹은 1등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모두가 훌륭한 사람은 될 수 있다. 의사든, 택배기사든 각각의 직업은 소중하며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사람들이다. 1등이 되지 못했다고 좌절하는 아이를 만들 것인가, 뭐가 되든 성공했다고 느끼는 아이를 만들 것인가? 아이에게 말해주자. “무엇이 되어도 좋다”고.

<김유진 카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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