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영혼에의 소고

2019-01-1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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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 상

영혼이 대체 무엇일까. 영혼의 개념은 동서양 문화권마다 다르고 사람마다 다르다. 동아시아에서는 혼(魂)은 기(氣)로 이루어져있으며, 사람이 죽으면 육체가 썩어 없어지듯이 영혼도 하늘에서 흩어진다고 생각했다. 혼백이 영혼과 같은 뜻이라고 아는 사람이 많은데 혼(魂)만 영혼과 비슷한 뜻이고 백(魄)은 육체에 가까운 개념이다.

영혼을 영어로 ‘soul’이라 하는데 고대 독일어에서 유래한 ‘바다’라는 뜻으로 생명과 영혼이 바다에서 왔다가 바다로 돌아간다는 믿음에서 생겨났다고 한다. 10세기경 ‘soul’에서 죽은 사람의 넋이라는 의미의 ‘spirit’이 처음 생겼다. 라틴어에 뿌리를 둔 ‘숨’ 곧 ‘신의 숨결’이란 뜻의 ‘spirit’은 13세기 중반부터 고대 불어에서 쓰이기 시작했다.

쌩떽쥐 페리의 ‘어린 왕자’는 잠시 지구별에 착륙했다가 사막에 사는 독사의 도움으로 육신의 탈을 벗고 제 별로 돌아갈 수 있었다. 우주에는 수많은 별과 은하계가 있다. 이 무한한 공간의 은하계들이 파도처럼 출렁이면 코스모스 바다가 된다. 그 코스모스 바다의 마음인 해심(海心)이야말로 나 자신을 포함해 우주 만물의 본질이 아닐까. 그것을 신이라 하든 귀신이라 하든, 영혼이라 하든 혼백이라 하든 상관없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각자의 진정한 정체성을 먼저 깨달아야 한다. 너와 나 그리고 우주 만물이 하나라는 것, 너를 돕고 사랑하는 것이 곧 나 자신을 돕고 사랑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부모의 결합으로 창조되어 사랑이란 무지개를 타고 이 작은 지구별에 와서 잠시 머물다 우주로 되돌아갈 나그네인 코스미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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