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버지의 어깨

2019-01-08 (화) 메이 최 / UC버클리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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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 식구들과 강원도에 있는 ‘비발디파크’ 관광지에 여행을 왔다. 실내에 키즈카페, 물놀이장, 놀이공원, 그리고 스키장까지 갖추고 있어서 3대가 함께 와도 모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여행 이틀째 깨달은 것은 이번 여행이 아빠에게는 참 고단한 여행이라는 것이다. 저녁 6시도 안돼서 아빠가 코를 골며 소파에서 낮잠이 들었다. 그 상황이 재미있는지 두살배기 아들이 외할아버지의 한쪽 양말을 벗겼고, 뒤꿈치가 쩍 갈라진 아빠의 발이 드러났다. 눈으로 보기만 해도 통증이 꽤 심한 것이 분명했다.

지난 이틀간 아빠는 저런 발로 참 많은 것을 하셨다. 새벽에 줄을 서서 늦둥이 중학생 아들의 스키레슨 순번을 받았고, 경치 좋은 객실을 받기 위해 번호표를 또 받아야 했다. 눈만 뜨면 여지없이 외손자의 냄새나는 기저귀를 갈아주셨고, 식구들이 부르면 실내 물놀이장으로, 키즈카페로, 스키장으로 달려와 지원하셨다.

언제나 아빠는 누구도 모르게 자기를 희생하며 다른 식구들이 조금 더 편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큰 울타리 같은 존재였지만 왠지 이번 여행에서 이런 아빠의 모습이 많이 속상했다. 아빠는 늘 든든하고 믿음직스러운 존재여서 나이가 들어가고 육체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힘들다, 아프다는 표현이 익숙하지 않은 아빠를 위해 이제는 식구들이 지원군이 되어 더 세심하게 아빠를 살펴야겠다.

<메이 최 / UC버클리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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