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해결심’

2019-01-0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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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결심’

이부남‘Fl1m’

이것은 새해의 해결책, 결의안이 아님
나는 올해 원숭이가 되고 싶어
나무에서 나무로 뛰어다니는
다음해에는 당나귀가 되고 싶어

하늘로 바다로 히잉히잉 울어대는
매년 다른 것이 되고 싶어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그 어떤 이상한 것이었으면 좋겠어
사라져가는 이슬 같은
사자 왕이란 어떤 것인가 느끼고 싶어
그의 멋진 가죽 속에 앉아서 말야
공작이 된다면 노래하겠어, 그리고
콩 꽃 같은 샴쌍둥이가 될 거야

거품이라고 안 될 거 있나?
불려가며 사라지는
매년 새로운 결심을 하면서
이 문제적 삶으로 걸어 들어가는 대신 말야


‘새해결심’ 무명씨 임혜신 옮김

새해아침, 무명씨는 한 해의 지표가 될 새로운 결심으로부터 자유롭고 싶다. 의지와 모색의 진지한 한 해를 꿈꾸는 대신, 콩꽃이나 비누 방울이나 새, 사자나 이슬이 되어 세상여행이나 하고 싶다한다. 지키지도 못할 계획을 열심히 세우느니 짝을 찾아 노래하는 숫공작처럼, 그래서 피어나는 샴쌍둥이같이 생긴 콩 꽃처럼, 스쳐가는 존재의 짧은 열기가 되는 지극히 가벼운 꿈도 나쁘지 않겠다. 누구나 지어 나를 인생의 짐이 만만치는 않을 또 한 해, 거품과 당나귀와 이슬방울 속을 유유자적 하는 우스갯소리의 힘으로 아침을, 웃으며 열어본다. Happy New Year!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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