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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 워’ (Cold War), 독재체제를 넘은 정열적이고 가슴 아픈 사랑

2018-12-21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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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백필름에 담은 영상미 돋보여…폴란드 파블리콥스키 감독, 다양한 음악 듣는 재미도

▶ ★★★★ (5개 만점)

‘콜드 워’ (Cold War), 독재체제를 넘은 정열적이고 가슴 아픈 사랑

빅토르와 줄라(오른쪽)는 만남과 이별을 계속하면서 맺을 수도 끊을 수도 없는 사랑을 이어간다.

제목은 차갑지만 내용은 두 남녀의 시간과 장소를 초월해 불타는 뜨거운 정열에 관한 것이다. 아름답고 가슴 아픈 사랑에 관한 것으로 개인의 관계를 파괴하는 독재국가의 횡포를 고발하고도 있다. 폴란드의 파벨 파블리콥스키 감독(‘이다’)의 흑백영화로 감독의 부모 이야기다.

전후 공산치하의 폴란드와 유럽의 여러 나라들을 넘나들며 이어졌다 끊어졌다 하는 개성과 생각이 서로 다른 두 남녀 음악인의 필연적이면서 한편으로는 맺을 수 없는 사랑의 얘기다. 1949년부터 1964년까지 변화하는 정치적 분위기 안에서 이 두 사람이 이별과 만남을 반복하는 모습을 뜨겁고도 비극적으로 그렸다. 둘이 다 음악인어서 포크송과 재즈와 클래시컬 뮤직이 많이 나온다.

서방세계의 물을 먹은 세련된 지휘자이자 음악학자인 빅토르(토마스 코트)는 폴란드의 시골을 돌면서 민요를 수집하다가 춤과 노래를 하는 합창단을 조직하기로 하고 가수들을 오디션 한다. 오디션에 참가한 여자가 직선적이요 정열적인 줄라(요안나 쿨릭). 줄라는 오디션에서 선발되면서 곧이어 빅토르의 애인이 돼 둘은 격렬한 사랑에 빠진다.


합창단이 동독의 초청을 받으면서 빅토르는 줄라와 함께 서방세계로의 망명을 기도하나 줄라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둘은 헤어지게 된다. 이어 둘은 만남과 헤어짐을 계속하면서 삶이 둘을 안내하는 대로 생존과 사랑을 이어간다. 둘은 서로 약속하고 이를 깨고 또 서로를 후원하고 배신하면서 사랑의 험로를 줄기차게 밟는다.

빅토르는 혼자 파리로 망명하는데 그를 그리워하는 줄라는 출국 비자를 얻기 위해 이탈리아 남자와 결혼한다. 이어 둘은 파리에서 재회하고 줄라는 재즈바에서 가수로 노래를 부른다. 그러나 개성이 강하고 애국적인 줄라는 서방세계의 무력한 남자가 되다시피 한 빅토르와 갈등을 빚으면서 둘은 다시 헤어진다. 그리고 둘은 영원히 맺어지기도 힘들고 또 끊을 수도 없는 사랑을 간직하기 위해 최후의 결단을 내린다.

에피소드 식의 내용으로 감독의 매우 경제적인 연출이 훌륭한데 특히 아름다운 것은 흑백 촬영이다. 이와 함께 장르가 서로 다른 사운드 트랙도 들을 만하다. 무엇보다 아름답고 뛰어난 것은 코트와 쿨릭의 연기로 감각적이요 정열적인 쿨릭과 이에 반해 차분하고 내적인 코트의 연기가 아주 보기 좋은 조화를 이룬다. 일부극장.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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