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플라자마켓

2018-12-1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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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희 / 아케디아

1972년 미국에 와서 동부에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하던 시절, 배추를 구할 수가 없어서 양배추로 가끔 김치를 해먹곤 했다. 77년에 이곳 LA에 왔을 때 정말 천국 같았다. 동서마켓의 청결하고 신선한 먹거리, 특히 두부와 얇게 썬 불고기 등등이 너무 좋았다.

코리아타운 플라자마켓이 문을 연 이후 나는 지난 40년간 이곳에서 장을 보았다. 한 달에 한번 장을 보아서 냉장고 2대를 채워놓고, 아이들 셋 음식해 먹였고, 애들 친구들까지 푸짐하게 해먹이곤 했다.

플라자마켓이 문을 닫고 H 마트가 들어선다는 소식을 신문에서 보았을 때 조지 H.W. 부시 대통령이 돌아가신 것만큼이나 속상하고 섭섭했다. 플라자마켓은 특별히 정육점이 신선하고 질 좋은 고기 퀄리티가 변치 않는 점, 과일 채소는 눈 감고 집어도 항상 달고 신선한 곳, 모든 선반이 먼지 한톨 없이 정돈돼있어서 나같이 바쁜 사람은 후다닥 집어서 나올 수 있고, 모든 종업원이 친절하고 웃음으로 아는 척 해주는 곳이다.

이렇게 청결하고 믿을만한 곳이 사라진다니 대단히 섭섭하다. 지난 40년간 좋은 먹거리를 제공해준 플라자마켓에 감사드리며 H 마트 역시 이처럼 성실하게 경영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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