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졸업 시즌

2018-12-12 (수) 메이 최 / UC버클리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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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버클리로 트랜스퍼 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마지막 학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일주일 후면 파이널을 치르고 꿀 같은 겨울 방학이 다가오는데 즐거움보단 걱정이 크다. 익숙했던 캠퍼스와 정들었던 친구들을 떠나고 차가운 현실에서 직장을 구하고 자리를 잡아가는 일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처음 UC버클리 합격 통지서를 받았을 때 주위 사람들은 이제 성공할 일만 남았다고 축하해줬다. 나 역시 명문대학을 졸업하면 당연히 좋은 직업으로 이어질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아무리 학교생활에 성실하고 성적이 우수해도 인턴십이나 실제적인 업무 경험이 없으면 졸업 후 바로 직장을 얻기가 힘들다. 그러기에 학생들은 밤을 새고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수업, 과제 그리고 일까지 병행하며 열심히 살아간다. 조금만 뒤떨어지면 치열한 세상에서 자기 자리를 잃을까봐 두려워 주말에 늦잠 자는 것조차 죄책감을 느낀다.

내가 서둘러 졸업하고 싶다고 말하면 인생 선배들은 코웃음을 친다. 그들은 학생으로 사는 것이 마음 편하다고 하지만 지금의 나는 공감하기 어렵다. 세상에 나가는 것이 걱정은 되지만 학생으로 사는 삶도 썩 파라다이스는 아니다. 직장을 구해야 하는 막막함과 미래에 대한 불안보다 학생인 나는 졸업부터 하고 싶다. 졸업한 다음 학생 신분이 그리울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학생이란 직업은 힘들고 벅차다.

<메이 최 / UC버클리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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