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베어마켓 참는게 약이다

2018-12-07 (금) 김정섭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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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를 대비해 푼푼이 모아둔 직장 은퇴 저축 플랜 401(k)가 4분기 들어 6.80%나 빠졌다. 은퇴를 앞둔 나이에 노후 자금에 구멍이 뚫릴까봐 걱정이다.

지난 화요일 다우지수가 무려 800포인트 가까이 폭락하더니 부시 전 대통령의 국장으로 하루를 쉬고 개장한 어제(목요일) 아침 한때 700포인트나 떨어지며 공포를 부추겼다. 오후 들어 진정세로 돌아서며 하락폭이 79포인트대로 좁혀진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노후 자금이라고 ‘눈곱’만큼 모아둔 401(k) 인데 지금이라도 안전자산으로 옮겨놔야 할까 고민도 된다.

화요일 증시 폭락으로 개인 은퇴플랜 IRA나 직장 401(k)를 가진 50~64세 미국인들의 자금이 하루만에 10만 달러 당 1,620달러 떨어졌다는 통계도 나왔다.


기자의 401(k) 투자 수익률은 2010년 이후 매년 15%대를 웃돌며 8년동안 호황세를 누려왔다. 공격적인 펀드에 투자한 돈은 20%를 넘는 수익률을 올리기도 했다. 온라인으로 구좌를 확인할 때 마다 구름처럼 불어나는 밸런스에 옅은 미소를 띠기도 했다.

그런데 10월들어 무려 6.6%나 떨어지더니 4분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3일까지 6.80% 하락을 기록했다. 얼마나 더 곤두박질칠지 예측하기 힘들다. 그나마 1년전 보다는 3.6% 플러스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는데 위안을 삼고 있다. 인플레이션보다 높으니 아직 손해는 아니다.

나만의 걱정은 아닌 것 같다. 방송사의 한 선배는 증시가 급락 했다는 기사를 읽을 때마다 “피가 마른다”며 걱정했다. 마음이 아파 401(k) 구좌를 보지도 않는다고 했다.

경제 전문가 10명중 7명은 2019년 베어마켓(하락세)으로 들어선다고 전망했다. 올 봄까지만 해도 내년 중순까지 견딜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6개월 만에 부정적 평가가 더 많아졌다. 개인 은퇴 플랜 IRA나 직장 플랜 401(k)에 가입한 소시민이나 직장인들은 걱정이 앞선다. 그렇다고 지금 와서 투자처를 바꾸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다.

주식은 쌀 때 사고 비쌀 때 팔아야 한다. 이 말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언제가 사고 팔 때인지를 알기는 어렵다. 마켓 타이밍을 잘 맞춘다면 아마 벼락부자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기다릴 수도 없다.

은퇴가 가깝거나 조만간 돈이 필요하다면 주식을 팔고 채권이나 안전자산으로 옮겨 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몇 년은 기다릴 수 있는 재정적 탄력이나 배짱이 있다면 두고 보는 것도 좋은 대책이다. 경기가 주저앉아도 금융위기 때처럼 곤두박질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투자 관리 회사인 ‘인덱스 펀드 어드바이저’의 분석을 보면 1994년부터 2013년까지 S&P500지수의 평균 연 수익률은 9.2%다. 1994년 1만 달러를 투자했다면 2013년에는 5만8,352달러가 됐을 것이다. 만약 2008년 증시 붕괴에 겁을 먹고 안전 자산 쪽으로 투자금을 대피시켰다가 10일간의 급격한 상승 무드를 타지 못했다면 수익률은 5.5%로 떨어져 투자금은 2만9,121달러에 그쳤을 것이다.

증시가 하락 한다고 해서 모두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내려갈 때 사라”를 기억하면 된다. 가격이 떨어진 펀드를 더 많이 확보 할 수 있는 기회다. 예를 들어 10달러에 1개 살 수 있었던 펀드나 주식을 8달러나 7달러에 싸게 산다면 언젠가 다가올 호황세 때 12달러 또는 13달러 이상 가치로 팝콘처럼 튀어 오를 것이다. 불경기로 홀쭉해졌던 구좌를 넉넉히 채워주고도 남을 ‘효자’가 된다는 말이다.

지금 당장 노후 자금을 꺼내 써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은퇴를 했다고 해도 2~3년은 허리띠를 졸라 매는 것도 좋다. 은퇴 자금을 사용할 때 흔히들 4%룰을 조언한다. 은퇴 투자 저축금을 매년 4%씩만 찾아 쓰면 30년 이상을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베어마켓으로 은퇴 자금이 줄어든다면 지출을 줄이고 장세가 돌아설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줄어든 주머니가 다시 불어나기도 전에 목돈을 찾아 쓴다면 회복은 거의 불가능해 진다.

증시가 언제 하락하고 언제 오를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락에 겁을 먹고 투자 자산을 팔고 안전 자산 쪽으로 옮겨 놓으면 급격한 회복세에 접어드는 순간을 놓칠 수 있다. 그래서 투자를 도 닦는 ‘선’으로도 표현한다. 인내로 버티면 언제가 ‘득도’를 하게 돼 있다.

<김정섭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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