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마추어 그림도 예술

2018-12-06 (목) 12:00:00 데이빗 문 / 글렌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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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그린 그림, 이름 있는 유명화가의 비싼 그림, 누가 보아도 부끄럽지 않은 그림을 걸어놓기 좋아하는 한국사회에서 살면서 가졌던 그림에 대한 고정인식이 오랜 미국생활 중에 바뀌게 된 것은 내가 취미로 시작한 그림 생활에서였다.

시계처럼 시작하는 8시간의 노동을 마치고 나머지 시간을 이용해 시작한 아마추어 그림 생활은 예술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과 다른 예술의 세계로 바꿔놓기 충분했다. 누구 앞에 선뜻 내놓기 수줍은 아마추어 그림 실력에 얽매였던 생각을 과감하게 내려놓고 아마추어 화가로 살아가는 힘을 갖게 된 것은 거라지 세일에서 구입한 이름 없는 그림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느낌을 찾아내 후손 대대로 감상하는 미국인들의 극히 평범한 생활관을 보면서였다.

나도 선뜻 용기를 내어 나의 아마추어 그림을 지인에게 선물로 괜찮을지 의심하며 우편으로 보낸 적이 있다. 그 사실을 잊고 살던 어느 날 우연히 나의 그림이 정성껏 액자에 넣어 걸려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나의 그림이 얼마나 값지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의 그림세계를 발견하게 한 지인의 예술세계가 더 순수해 보이고 존경스러웠다.

전시회에 걸려서 수많은 사람들의 감탄을 기다리는 명화들이 있는가하면 벼룩시장에서 구입해서 단 한사람만의 정서를 위해 평생을 같이하다가 다음 세대로, 또는 다시 거라지 세일을 통해 또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세상이 바로 내가 사는 세상이라면 분명 아마추어 화가와 피카소의 가치가 함께 존재하는 세상일거다.

꼭 좋은 붓이 아니라 부지깽이로 그렸어도 나의 영혼이 담긴 그림이라는 것을, 예술은 예술임을 알게 한 지인이 나의 팬이라는 사실이 몹시 행복하다.

<데이빗 문 / 글렌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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