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4대 종단‘종교인의 관점으로 보는 난민’심포지엄
4일(한국시간) 오후 종로구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4대종단 이주·인권협의회 주최 ‘종교인의 관점으로 보는 난민’ 심포지엄에 참석한 라이베리아 출신 난민 신청자 아미아타 핀다씨가 자신의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
“한국 정부는 한국에서 태어난 우리 아이들을 인정하려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을 시민으로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적어도 의료혜택 등을 포함한 최소한의 권리는 가질 수 있게 인정해 줘야 합니다”
라이베리아 최북단 로파 자치주에 살던 한 소녀는 할례를 피해 지난 1990년 시에라리온으로 도망쳤다. 시에라리온, 기니를 거쳐 가나의 난민 캠프로 거처를 옮겼고 그곳에서 17년을 살면서 딸을 얻었다. 그러던 중 난민 캠프에서 한국 정부가 한 부모 가정을 돕고 있으며 한국 정부의 비자 면제 대상국에 라이베리아가 속한다는 이야기를 들고 돈을 모아 2012년 한국에 왔지만,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했다. 동두천난민공동체 대표 아미아타 핀다 씨의 이야기다.
핀다 씨는 4일(한국시간) 오후 종로구 기독교회관에서 ‘종교인의 관점으로 보는 난민’ 주제로 진행된 4대종단 이주·인권협의회 심포지엄에 참석해 “한국에 오면 다른 한국인처럼 살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차별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한편 이번 심포지엄에는 공익법센터 어필 이일 변호사, 예수회 난민 봉사기구 한국대표 심유환 신부, 원불교 인권위원회 강현욱 교무, 한국디아코니아연구소 소장 홍주민 목사,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혜찬 스님 등이 참석해 난민에 대한 일반론과 종단별 입장을 발표했다.
다음은 심포지엄 발표자들의 주요 발언.
▲심유환 신부
-난민 캠프에서 일할 당시 캠프에 있던 아이 한 명이 총에 맞아 사망했다. 그런데 그 아이를 죽인 아이도 신자였다. 너무 힘들었다.
-가톨릭교회의 전통과 역사는 어떻게 보면 난민과 이민의 이야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담과 하와는 지상 낙원에서 내쳐져 새로 이주한 곳에서 자손을 번성시켰다. 아브라함도 자기가 태어난 자란 아버지의 집을 떠나 살았다. 예수님 또한 성모님과 요셉 성인과 함께 박해를 피해 베들레헴에서 이집트로 피난해 난민 생활을 하셨다.
▲강현욱 교무
-우리는 이 시대 최대의 과제인 혐오에 맞서고 난민 동포들이 자력을 되찾아 주기 위해서라도 다시 한번 ‘전쟁 동포 원호회’ 어깨띠를 매고 ‘우리는 동포를 살리기 위해 거리로 간다’는 현수막을 걸고 거리로 나서야 할지 모른다. 누군가 원불교에서 왜 난민 수용에 찬성하는가 묻는다면 ‘난민 동포를 거부할 교리적 근거는 눈을 씻고 찾을 수 없으나 난민 동포를 맞이해 그들과 더불어 하나가 되어야 하는 교리적 근거는 차고 넘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홍주민 목사
-난민은 이제껏 한국 사회의 금기어였다. 교회마저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이번 예멘 사태는 이슬람과 무슬림에 대한 거짓 정보 뉴스에 힘입어 난민 문제에 대한 무관심과 혐오로 일관했다. 마르틴 루터가 500여년전 기술한 ‘교회의 바벨론 포로’를 통해 당시 교회의 상태를 비판한 것이 단지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21세기 백주에 한국에서 벌어진 것이다.
-신앙과 사랑은 별개가 아니다. 사랑실천은 신앙 행위에 속한다. 한국의 개신교가 이땅의 가장 약자인 난민 처지에 있는 이들에게 다가가야 할 이유는 알량한 자선이나 시혜가 아니다. 난민으로 오시는 그리스도를 따뜻하게 맞이하는 것, 그것은 구원의 중요한 구성요소이다.
▲혜찬 스님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세계일화(世界一花)는 ‘홀로 핀 꽃이 아니라, 함께 핀 세계는 한 송이 꽃과도 같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어떤 꽃이든 씨를 맺고 꽃씨를 퍼트리려면 벌과 나비 등 매개자가 있어야 한다. 그런 매개자가 없으면 꽃이 피어도 열매를 맺을 수 없다. 난민의 문제는 세계일화라는 위대한 꽃을 피우고 극락정토(極樂淨土)라는 이상향의 세계건설을 위해 우리에게 매개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 중의 한 방식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이일 변호사
-예멘 난민에 대해 우리 사회가 대하는 방식은 많은 오해와 편견에 가득 차 있습니다. 글로벌 시대에 맞춰 의식의 변화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