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스티브 잡스의 명언

2018-11-24 (토) 여주영 뉴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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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과 성공의 아이콘이라 불리던 스티브 잡스는 막대한 재산을 두고 죽었다. 그가 죽음을 앞두고 우리들에게 남긴 말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잡스는 자신이 나가는 길에 어떤 방해자도 허용치 않았던 냉정한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죽음 앞에서는 모든 것을 후회했다. 그가 말하는 후회 없는 삶은 과연 어떤 것인지 그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들어보자.

“타인의 눈에 내 인생은 성공의 상징이다. 하지만 일터를 떠나면 내 삶에 즐거움은 많지 않았다. 결국 부는 내 삶의 일부가 되어 버린 하나의 익숙한 ‘사실’일 뿐이다. 병들어 누워서 과거 삶을 회상하는 이 순간, 나는 깨닫는다. 자부심을 가졌던 사회적 부는 결국 닥쳐올 죽음 앞에 희미해지고 의미가 없어져 간다는 사실을... 내가 마지막에 가지고 갈 것은 오직 사랑과 행복이 넘치는 기억들뿐이다. 이것이 나를 끝까지 지탱해줄 수 있는 힘과 빛이다.”

인간은 한번 태어나면 어김없이 노년기를 맞게 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죽지 않고 살 것처럼 하루하루 돈벌이에만 매달리며 악착같이 살고 있다. 마지막이 다가오는 줄도 모르고 무조건 인생에 맞서 싸우려고만 드는 것이다.


이런 삶에 대해 어느 사상가는 이렇게 말했다. “산다는 것처럼 어려운 명제는 없는 것 같다. 또 사람이 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최대의 난제가 아닐 수 없다. 이 몸 치다꺼리를 위해 정신없이 헤매다 보면 어느새 늙고 병들어 죽음을 앞두게 되는 것 같다. 어차피 내가 얻었던 것을 하나하나 잃어갈 수밖에 없는 과정이다.”

다가오는 일상의 생활들, 여기서 찾아드는 슬픔과 분노, 스트레스 등을 우리가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사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이것을 인지한다면 인생을 너무 조급하게 살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얼마 전만 해도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계절, 가을이라고 하더니 벌써 온 천지에 낙엽이 뒹굴면서 추운 겨울을 재촉하고 있다. 올해 뉴욕은 벌써부터 영하권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강추위가 시작될 것이라고 한다. 이제 곧 한해가 마감되고 또 새로운 한해가 다가올 것이다.

이것이 우리네 인생과 같은 것이 아니던가. 겨울이 올 때마다 인생의 마지막 시기인 노년을 생각하게 된다. 태어나서 성장하는 유년기가 봄이라면,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되는 청년기는 여름, 풍성한 결실을 맺는 장년기는 가을, 그리고 모든 짐을 내려놓아야 할 노년기는 겨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노년기에 접어든 사람에게 한해 마지막인 겨울은 남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언젠가는 모든 것에서 벗어나 떠나야 하는 마지막 생을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노년기 사람들은 누구나 겨울이 되면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며 강추위를 느끼게 된다.

이런 노인들에게 세기적 현자인 세네카는 “노인은 가을나무의 낙엽처럼 떨어질 날이 머지않았다. 마지막까지 잘 살아내야 된다”고 말했다. 세월은 지금까지 온 것 보다 더 빠르게 흘러갈 것이다.

잡히지 않는 세월을 끝까지 잘 살아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마음에서 자신을 괴롭히고 힘들게 만든 더럽고 치졸한 사람들에 대한 생각부터 지우고 사는 것이 시작이다. 이해인 수녀는 마음을 비우는 시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차창 밖으로 산과 하늘이 언덕과 길들이 지나가듯이 우리의 삶도 지나가는 것임을/ 길 다른 기차는 연기를 뿜어대며 길게 말하지요/ 행복과 사랑, 근심과 걱정, 미움과 분노/ 다 지나가는 것이니 마음을 비우라고 큰 소리로 기적을 울립니다.”

100세 시대라고들 하지만, 그래도 60세부터는 하루하루가 덤으로 사는 생임을 기억해야 한다. 주변에 이 시기에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이 벌써 하나, 둘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물질은 노력하면 되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잃어버린 생은 다시 되돌릴 수 없다. 마지막까지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려면 스티브 잡스가 남긴 말을 마음 깊이 새겨둘 필요가 있다.

<여주영 뉴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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