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 결국 ‘살해 지시’사우디 편 들었다

2018-11-22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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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경우도 변함없는 동반자로 남을 것, 4,500달러 계약해지 땐 중·러시아만 이익

▶ 나의 결정이 곧 아메리카 퍼스트를 의미”

트럼프, 결국 ‘살해 지시’사우디 편 들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21일 국무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우디아라비아와 관련된 미국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AP]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쇼기 살해를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지시한 것으로 드러난다 해도 양국 관계가 변함없이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무기 수출 등 사우디로부터 얻는 경제적 이익의 규모를 구체적으로 적시, 자신의 결정은 국가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그것은 곧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라고 밝혔다.

◇ 트럼프 “4,500억달러 계약 해지하면 중·러시아만 이익”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에서 “왕세자는 이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알고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며 “우리는 카쇼기 살해를 둘러싼 모든 사실을 결코 알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경우든 간에 우리는 사우디와 관계를 맺고 있을 것”이라며 “미국은 사우디의 변함없는 동반자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카쇼기 살해를 승인했다는 결론을 내린 중앙정보국(CIA) 보고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 등은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무함마드 왕세자의 카쇼기 살해 지시 여부와 관련해 지나 해스펠 CIA 국장의 보고를 받았지만, CIA는 결정적인 것들을 가지고 있지 않고 누가 카쇼기를 죽였는지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에서 작년 사우디와의 집중적 경제 외교를 통해 보잉, 록히드마틴의 무기 계약 1,100억달러 등 ‘기록적인’ 4,50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받았다고 업적을 과시했다.

이 투자는 수천개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 미국의 경제 발전과 부를 안겨주는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만약 ‘어리석게도’(foolishly) 계약을 해지하면 중국과 러시아가 어부지리로 막대한 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카쇼기의 살해와 시신 유기 등에 책임 있는 17명 등 관여자들에 대해 미국은 강력한 제재를 취했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에 아주 중요한 유가 안정에 관해서도 사우디가 자신과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무부도 성명을 통해 카쇼기 피살 사건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면서 미국은 사우디와 전략적 관계를 지속하며 사건의 진실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과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대통령도 말했듯이 미국은 사우디 왕국과 관계를 지속할 것”이라며 “(사우디와의 유대는) 길고도 역사적인 약속이고, 미국의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 의원들 “초당적 제재 필요…도덕적 목소리 내야”

그러나 그레이엄 의원은 사우디 왕실의 일원을 포함해 사우디에 대한 엄중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초당적 목소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미국은 국제무대에서 ‘도덕적인 목소리’를 잃어서는 안 된다면서 “카쇼기를 잔인하게 살해한 것을 모른 척하는 것은 우리의 국가 안보 이익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공화당 소속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 등은 인권 유린 행위가 드러난 외국인을 제재하는 ‘매그니츠키법’을 발동해야 한다는 서한을 트럼프에게 보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공화당 랜드 폴 의원은 카쇼기가 피살된 이후에도 트럼프가 사우디에 대한 무기 지원을 계속하는 것은 ‘실수’라면서 사우디에 맞서지 않는 것은 나약함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분위기를 의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에서 “다른 목소리가 의회에서 나오는 것을 이해하고, 그것은 그들의 자유”라면서 “다만, 나는 나에게 전달되는 모든 의견은 오직 그것이 미국의 안보와 안전에 완전하게 부합할 때만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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