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과 운전
2018-11-21 (수) 12:00:00
오일환 / 수필가
가을은 결실의 계절, 독서의 계절이다. 내게는 추억의 계절이기도 하다. 수십 년 전 미국에 와서 집에 있는 것이 답답해하고 있을 때 일을 다니게 되었다. 운전을 못하므로 남편이 운전을 해 주었다. 하지만 그런 날이 반복되다 보니 운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하루 2시간씩 배웠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로 마음을 가다듬고 시험을 봐 드디어 합격이 됐다. 집으로 가는 길은 미국 땅이 다 내 것인 양 마음이 기뻤다. 집에 전화를 해 남편한테 합격했다 하니 별로 반가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 자기가 운전을 해줄 테니 안 해도 된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았다.
그러나 한치 앞을 모르는 게 인생이라던가! 갑자기 남편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고, 그때 운전을 배우지 않았더라면 발 없는 신세가 되어 꼼짝 할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배워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서 운전은 필수이다.
누군가에게 의지하여 라이드를 제공 받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이 들어 운전을 할 수 없을 때, 어쩔 수 없이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까지는 운전이 필요하다.
하지만 노년의 운전은 힘들다. 시야가 흐려져 점점 운전하기가 두렵다. 노인들의 교통사고가 적지 않다는 뉴스를 신문에서 볼 때면 마음이 답답해지고 서글퍼진다.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다. 언젠가는 운전대를 놓아야 할 때가 올 것이다. 담담히 나이 들어감을 받아들이며 그때가 언제일지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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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환 /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