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카쇼기 살해·시신 훼손’ 결국 인정

2018-11-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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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우디 검찰 발표 “최고위 책임자는 왕세자 아닌 측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터키 정부에서 흘러나온 기밀 정보를 근거로 언론들이 제기한 자말 카쇼기 살해 사건의 상당 부분을 결국 인정했다.

사우디 검찰은 15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우디에서 터키 이스탄불로 급파된 ‘협상팀’이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그와 논쟁 끝에 상당량의 약물을 과다 주입해 살해한 뒤 시신을 토막 냈다고 발표했다.

사우디 정부는 터키의 ‘언론 플레이’에 밀려 계속 한 발씩 후퇴했다.


이날 사우디 검찰은 ‘약물 주입 뒤 토막살해’를 처음으로 인정함으로써 그간 의혹 수준이던 계획적 살해 뒤 시신 훼손을 자인했다.

사우디 검찰은 “협상팀을 이끄는 팀장은 카쇼기가 귀국에 협조하지 않으면 살려 내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그가 총영사관을 찾은 당일(10월2일) 즉석에서 죽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발표 내용을 종합하면 비록 사건의 최고위 책임자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아닌 그의 측근 아흐메드 알아시리 전 정보총국 부국장이라고 선을 그었으나 결과적으로 언론에서 제기된 ‘익명의 소식통’ 보도를 상당히 인정한 셈이다.

사우디 검찰은 그러면서 여러 의문에 대한 해명에 주력했다.

언론에서 ‘암살조’라고 불렀던 협상팀은 보도된 바와 같이 15명이었다는 점과 이들 중 법의학 전문가가 포함됐다는 점, 살해 전 총영사관 내 CCTV를 끈 사실도 확인했다.

법의학 전문가가 협상팀에 포함된 이유에 대해 사우디 검찰은 “협상팀은 설득이 실패했을 때 완력을 써서라도 귀국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라며 “강제력을 동원해야만 했을 경우 현장의 모든 증거를 지우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사우디 검찰은 그러나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는 결정적 증거인 카쇼기의 시신에 대해선 행방을 모른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사우디 검찰은 “협상팀은 그를 살해하고 토막을 낸 뒤 총영사관 밖으로 반출해 현지의 터키인 조력자에게 넘겼다”며 “그의 몽타주를 완성했고 이를 터키 정부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그의 시신이 총영사 관저 정원의 우물 속에서 화학물질로 인멸됐다고 보도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사우디 검찰의 발표 뒤 “사우디 검찰은 카쇼기가 살해되고 시신이 훼손됐다고 인정했는데, 그렇다면 그의 시신은 어디 있는가. 어디에 버려졌는가. 어디에 묻혔는가”라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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