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 평화의 과도기 앞에서

2018-11-15 (목) 이서희 전 LA 민주평통 회장
작게 크게
한국, 평화의 과도기 앞에서

이서희 전 LA 민주평통 회장

전쟁 없는 평화가 한반도에 정착되기를 바라고 이를 위해 한국정부가 전력투구하고 있음을 온 국민은 알고 이를 지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국민의 지지에 찬물을 끼얹는 최근의 북한측 반응을 보면 현재 처한 남북관계가 남한의 일방적인 짝사랑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9월 문대통령 방북 시 만찬석상에서 북측 관료가 재벌총수들에게 한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며 비아냥거린 결례, 남한 통일부장관이 몇 분 늦게 회의장에 나타났다고 도에 지나친 책망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국민들의 심정은 어떠하였을까. 한국은 평화를 위해 북한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노심초사 주의를 기울이며 북한의 마음을 헤아려왔다.

하지만 평화로운 한반도로 나아가는 길에 남한이 무턱대고 굽실거리는 것으로 비추어지면 이 길이 더욱 멀고 험해질 것이라는 걱정은 단순한 기우일까. 이번 기회에 남북한 관계를 우방국의 여론, 자주국가의 의미, 그리고 한국민이 바라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의 관점에서 재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에 대한 우방국들의 여론은 제재의 필요성과 더불어 비핵화가 남북경협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대통령이 참석한 10월18~19일의 51개국 아시아 유럽정상회의(ASEM) 공동선언문은 완전 검증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CVID)라고 명시하고 있다. 참가국 정상들은 남북한의 화해무드에 대한 문대통령의 노고를 평가하면서도 비핵화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관점을 피력하고 있다.

한국이 자주국가임은 새삼스레 주장할 필요가 없다. 여태껏 남한을 괴뢰정권이라고 비방한 북한, 그리고 극소수의 일부 국민을 제외한 대다수의 국민은 우방국가가 도움을 주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왔지 자주가 훼손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세계의 틀 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현상을 자주를 잃은 것으로 보면 자주국가인 곳이 과연 얼마나 될까. 민족자주는 현재의 남북관계에서 주장하기에는 너무 현실에서 벗어난 이상주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부는 국민이 두려워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조치를 할 것인지 깊이 생각하면서 정책을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통계에 의하면 평화유지, 통일의 필요성, 남북경협 등에 국민의 대다수가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11월 1일자 한 신문 여론조사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비핵화와 종전선언에 관한 국민의 반응을 확인하게 된다.

이 여론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59.3%가 비핵화 조치를 충분히 검증하고 난 뒤 종전선언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고, 북한은 체제보장이 되어도 핵포기를 안할 것으로 생각하는 의견이 57.2%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북한 비핵화가 상당히 진전될 때까지 대북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게 국민 절대 다수의 여론이다.

너무 조급히 평화프로세스를 밀어붙이느라 제재의 고삐를 늦출 때, 그 결과는 북한의 핵보유 인정과 북핵 위협이 되지 않을까 한국민은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평화에 대한 열정이 열매를 맺을 수 있기 위해서는 국민이 원하는 바와 우방국들의 여론을 잘 주시하면서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으로 믿는다.

<이서희 전 LA 민주평통 회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