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연방의회 양 김 시대

2018-11-09 (금) 김종하 부국장·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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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주 남부에 있는 말튼(Marlton)은 인구 1만 명 정도의 소도시다. 구글에서 찾아보니 뉴욕에서 차로 2시간 남짓 걸리는 위치로, 행정구역은 뉴저지주에 속하지만 펜실베니아주 경계에 가까워 필라델피아의 교외에 해당하는 생활권으로 나온다. 학군과 환경이 좋아 뉴저지에서 가장 살기 좋은 지역 중 하나라고 한다.

이곳을 찾아본 이유는 이번 연방하원 선거에서 깜짝 돌풍을 일으킨 한인 앤디 김 후보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올해 36세의 젊은 앤디 김 후보는 자신이 유치원부터 고교까지 다니며 성장한 이 지역에서 주민들의 표심을 모아 연방의회 입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의 이력을 살펴보니 가난을 딛고 일어서 미국에서 성취를 이룬 전형적인 이민자 가정의 스토리가 놓여 있다.

앤디 김 후보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한인 이민자 부모의 배경과 자신의 성장과정을 ‘아메리칸 드림’으로 소개해왔다. 고아원 출신인 부친은 어릴 때 거리를 전전하며 살았던 아픈 기억과 소아마비로 인한 장애를 딛고 MIT와 하버드대를 나와 유전공학 박사가 된 입지전적 인물이라고 한다. 역시 한국의 가난한 농가에서 굶주림을 겪으며 성장한 모친은 간호사가 돼 뉴저지 남부 지역의 수천명을 도왔다고 앤디 김 후보는 밝히고 있다.


자녀교육에 헌신한 부모님의 보살핌 속에 앤디 김 후보는 그야말로 엘리트 코스를 거쳐 안보 및 국방 분야 전문가가 됐다. 캘리포니아의 딥스프링스 칼리지를 거쳐 시카고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장학 프로그램으로 꼽히는 ‘로즈 장학생’으로 선정돼 영국 옥스포드대에서 국제관계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연방 국제개발국을 거쳐 국무부에서 이라크 전문가로 활약했고,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당시 미군 사령관이던 데이빗 퍼트레이어스 전 CIA 국장의 전략 참모를 지냈다. 또 오마바 행정부에서는 국방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각각 이라크 담당 보좌관을 역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신임을 받았다고 한다.

앤디 김과 함께 이번 선거에서 연방하원 동반 입성이 확실시되는 영 김 후보도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한인 이민자 스토리의 주인공임을 우리는 익히 잘 알고 있다. 괌으로 가족 이민해 중·고교를 다닌 뒤 USC를 졸업하고 남가주에 정착한 영 김 후보는 한때 의류업을 하다 대표적 친한파 정치인인 에드 로이스 의원의 보좌관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20년 넘게 지역구를 위해 일해오며 착실히 경력을 쌓았고 캘리포니아 주 하원의원을 거쳐 이번에 자신의 정치적 멘토인 로이스 의원이 퇴임하는 지역구에서 한인 여성 정치인 최초로 연방하원 입성의 꿈을 이루려 하고 있다.

앤디 김 후보는 정치 신인이고 영 김 후보는 정계에서 잔뼈가 굵은 점은 다르지만 두 사람의 공통점은 많다. 미국 내 많은 한인 이민자 가정의 스토리를 보여주고 있는 점은 물론 이번 선거에서 상대 후보의 지독한 네가티브 공세를 이겨내고 정도를 걸은 선거운동으로 결과를 낸 점도 같다. 특히 이들의 선전의 바탕에는 바로 단단한 커뮤니티 기반이 자리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점이다. 영 김 후보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30년간 지역에서 이뤄온 유대관계를 유권자들이 인정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앞으로 한인 정치력 신장을 위한 모범 사례이자 한인 차세대의 롤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인 차세대들이 성장하면서 제2, 제3의 영 김과 앤디 김이 배출되도록 이번의 성과를 계기로 삼아 유망한 한인 정치인들에 대한 조직적 지원을 강화하고 참여를 통한 한인 표의 결집력을 키워가야 할 것이다.

선거 후 이틀이 지나도록 상대 후보들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선거 결과가 확정되면 연방의회에서 나란히 일하게 될 두 사람의 어깨는 무겁고 할 일은 많다. 영 김 후보는 공화당, 앤디 김 후보는 민주당으로 서로 당적은 다르지만 한인 정치력 신장과 한인사회 목소리 대변 및 권익 강화 등을 위해 당파를 초월한 협력이 필요하다. 또 더 많은 한인 차세대들이 연방의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고 토대를 만드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연방의회 ‘양 김 시대’의 시작을 바라보는 기대와 희망은 그래서 더욱 크다.

<김종하 부국장·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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