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울타리 나무’

2018-11-01 (목) Jim Harri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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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 나무’

현혜명 ‘희망’

울타리 나무가 하나 홀로 서 있네, 이곳 몬타나
몇 마일 쯤 떨어진 곳
네브라스카 샌드힐스에 있던 나무를 닮은,
바위와 땅다람쥐, 오소리, 카요테들의 굴과
방울뱀(지난 10년 간 개와 아이들과
잘 섞일 수 없다는 이유로 죽음을 당한 천 마리)의
은신처가 흩어져 있는 황폐한 목초지, 한 시간을
걸어서 이른 나무는 우울했네. 나만큼이나 오래된, 고립을
버티어낸, 날씨와 싸우는 동안 울퉁불퉁 비틀린 나무,
하나가 될 때까지 등을 기대어 앉아 있었네
그리고 돌아왔네. 춥고 바람 부는, 몇 년이나
집을 떠나 있었던 듯 했던 저녁,

Jim Harrison ‘울타리 나무’ 전문
임혜신 옮김

저 멀리 홀로 서 있는 나무만큼 나이든 시인은 왜, 여기 황량한 몬타나 벌판에 가 있는 것일까? 만일 이곳이 아니라면 그가 마땅히 있어야 할 곳은 어디일까? 젊음이 북적이는 도시의 뒤켠? 손주가 뛰어 노는 정원주택? 그 어디라 해도 별 다를 바 없다. 한 생애의 겨울을 맞이한 이의 내면 어디에는 필시 이렇게 황량한 장소가 있을테니까. 봄, 여름이 그랬듯이 겨울이라는 진실이며 사실의 시간이 그를 지나가고 있다, 깊고 또 따스한 우울의 사실적 풍경을 어루만지며. 겨울이 매혹적인 것은 결코 깨어나지 않을 듯 고집스런 황폐함 때문일지 모른다. 임혜신<시인>

<Jim Harri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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